[임성일의 들숨날숨] 아직은 '연필'로 그린 슈틸리케호, 나가는 문은 열려 있다

조회수 2015. 9. 29. 18: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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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조금씩 닫히고 있다. 부임 후 1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 말했듯 어느 정도 틀이 잡힌 모양새다. 하지만 경쟁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직은 연필로 그린 수준이다. 주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차할 수도 있다. 나가는 문은 열려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가위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29일 오전, 오는 10월8일 쿠웨이트와의 러시아 월드컵 원정경기와 10월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 출전할 23명의 엔트리를 발표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방식인 예비명단(7명)도 함께 공개됐다.

▲10월8일 쿠웨이트, 10월13일 자메이카전 A대표팀 명단 GK: 김승규(울산), 권순태(전북), 정성룡(수원) DF: 김진수(호펜하임/독일), 박주호(도르트문트/독일),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곽태휘(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김기희(전북),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독일), 장현수(광저우푸리/중국),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일본) MF: 권창훈(수원), 한국영(카타르SC/카타르), 기성용(스완지시티/웨일스), 정우영(빗셀고베/일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황의조(성남),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독일), 남태희(레퀴야/카타르), 이재성(전북),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잉글랜드) FW: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독일), 석현준(비토리아FC/포르투갈) 대기명단: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일본), 임창우(울산), 김주영(상하이 상강/중국), 홍철(수원) 김승대(포항), 김민우(사간도스/일본), 김신욱(울산)

가장 가까운 A매치였던 지난 9월 2연전(라오스, 레바논전)과 비교할 때 5명이 달라졌다. 김동준, 임창우, 김승대, 홍철, 김민우(당시 이정협 대체)가 빠지고 정성룡, 김창수, 한국영, 남태희, 지동원이 발탁됐다. 변화 폭이 크지 않다. 5명이라는 비율 자체도 그리 높지 않으나 바뀐 면면을 보면 더더욱 정적인 변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 얼굴이 전혀 없다.

정성룡을 비롯한 5명 모두 지난 1년 동안 최소 1번 이상 슈틸리케 감독이 불러서 실험했던 '구면'이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계속 출현했던 '최초 발탁자'가 실종됐다. 이는 곧 불러볼 인물들은 모두 불러봤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장 지난 9월 명단까지도 '최초'가 있었다. 5년 동안 애간장을 태웠던 스트라이커 석현준을 비롯해 K리그용으로 그냥 그치는 것 아니냐던 골키퍼 권순태와 황의조 등 중고 신인들이 슈틸리케 감독의 첫 부름을 받았다. 연세대학교 재학 중인 골키퍼 김동준은, 지난 2010년 1월27일(명단발표일 기준) 홍익대 김보경 이후 5년7개월 만에 발탁된 대학생 A대표였다. 하지만 당장 1달 뒤에 발표된 명단에는 '최초발탁자'가 제로다. 지난달 라오스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른 권순태를 포함, 모든 선수들이 A매치 출전 기록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월24일, 9월 2연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전까지는 대표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팀이 완성됐고 성과(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도 거뒀다"면서 "골격이 완성됐기 때문에 일부 새로운 선수들(석현준, 황의조, 권순태)이 합류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안정 속 변화를 가미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슈틸리케의 판단이 더욱 단단해졌음이 입증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9일 10월 2연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의미 있는 발언을 남겼다. 그는 "올해는 A매치가 많았다. 두 번의 대회(아시안컵, 동아시안컵)를 다른 멤버로 치르면서 대표팀에 들어올 선수층이 두꺼워졌다"면서 "이제 누구든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혹여 계속 주전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두 가지를 내포한 말이다. 슈틸리케호에 승선할 수 있는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 하나요, 하지만 나가는 문은 아직 열려 있다는 경고가 두 번째다. 인재풀을 확인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내부 경쟁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3-0 완승으로 끝났던 지난 9일 레바논 원정은 슈틸리케호의 20번째 출항이었다. 부임 후 1년 동안 20번의 A매치를 치르며 슈틸리케 감독은 50명 가까운 선수들을 실험했다. 적잖은 인원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1경기에 소집할 수 있는 인물은 23명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11명+알파'다. 언제까지 두루뭉술한 멤버로 경기에 임할 수는 없는 법. 이제 정예멤버 가리는 작업이 남아 있다.

정성룡이 절치부심으로 돌아와 김승규와 끝나지 않은 골키퍼 전쟁을 펼치고 차두리 이후 장현수가 현실적 대안이 되고 있는 오른쪽 풀백 자리에 김창수가 다시 도전한다. 슈틸리케 부임 초창기 황태자 소리까지 들었던 남태희는 1년 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후배 권창훈에게 도전해야하고 7개월 만에 복귀한 유럽파 지동원은, '없는 이정협'까지 고려해서 존재감을 드러내야한다. 경쟁의 레벨이 높아졌다.

확실히 정리가 된 느낌이다.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깜짝 뉴 페이스가 합류할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작품 전체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연필'로 그린 그림이다. 채울 선수는 줄었으나 지울 선수들은 많다. 경쟁은 지금부터다.

글= 임성일[뉴스1 스포츠부/lastuncle@daum.net]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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