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병 깊은 김무성과 문재인, 올 겨울을 넘길 수 있을까

2015. 9.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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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한용 기자가 보는 추석 이후 정국기상도

디지털 시대다. 추석 민심이 따로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모처럼 가족·친인척과 만났는데 정치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여기저기 나도는 조각 정보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 큰 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앞날을 내다볼 수 있다. 추석 연휴 이후 가을정국을 전망한다. 각 당 사정에 밝은 전략 참모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 여야는 각각 내부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같은 편끼리 벌이는 권력투쟁이다. 패배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오히려 더 치열하고 지독하다. 온갖 암투와 음모가 판친다.

여권

현재권력 박근혜-미래권력 김무성

겉으로는 웃지만 속내는 복잡

현직의원 지지 확보 노린 김무성

오픈프라이머리에 매달릴 듯

안되면 상향식 국민경선 차선책

퇴임 이후 안전판 필요한 박근혜

'박근혜 키즈' 밀어넣자면

판 흔들고 김무성 몰아내기 불가피

가을국회 넘긴 뒤 샅바전 본격화

과연 김무성은 버틸 수 있을까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밀어내기에 맞서 김무성 대표가 겨우 버티고 있는 형세다. 서청원, 윤상현 의원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박근혜, 김무성 두 사람의 대결에는 '대통령 권력' 대 '정당 권력', '현재의 권력' 대 '미래의 권력', '대구·경북' 대 '부산·경남' 등 여러 전선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약속했다. 현직 의원들이 공천을 받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현직 의원들의 지지로 김무성 대표는 '친박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을 꺾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여야가 동시에 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안 되면 새누리당만의 상향식 국민경선이라도 해야 한다. 현직 의원들의 지지를 계속 확보해야 김무성 대표는 2017년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계산은 다르다. 임기 후반 권력누수(레임덕)를 차단하고 퇴임 이후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년 선거에서 이른바 '박근혜 키즈'를 국회에 대거 들여보낼 필요가 있다. 청와대에 안종범 경제수석, 민경욱 대변인,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박종준 경호실 차장 등이 있다. 새로운 사람들이 진입하려면 현직 의원들이 자리를 비켜야 한다. 판을 흔들고 김무성 대표를 몰아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를 인간적으로도 싫어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결국 내쫓았을 때 새누리당 사람들은 곧바로 다음 표적이 김무성 대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2011년 12월 홍준표 대표를 밀어내고 당을 장악했던 장면을 예상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유승민 원내대표 후임에 원유철 의원이 추대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었다. 원유철 의원은 이른바 '비박'이지만 무색무취한 사람이다. 대표가 물러나면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소리 없이 받들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일까. 원유철 의원이 딱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를 몰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함께 청와대로 초청해 활짝 웃었다. 왜 그랬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에서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4대 개혁, 특히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당장은 가을 정기국회에서 김무성 대표의 협조가 절실하다.

김무성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속내를 잘 알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12월2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노사정 합의 가운데 일부를 법제화할 때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쫓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곧바로 공천에 들어가야 하므로 자신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 같다. 김무성 대표 측근들 중에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정기국회 뒤에는 김무성 대표가 공천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베테랑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정치 신인들의 입과 발을 꽁꽁 묶어 놓은 상태에서 상향식 공천은 공정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민심을 잘 읽는 사람이다. 정치 신인들을 동원해 구정치인들과 대치시킬 수 있다.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버틸 명분이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정한 지분을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다."

"권력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무성 대표는 그렇게 당하고도 박근혜 대통령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서운 사람이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혁과 민생을 명분으로 즉시 김무성 대표 축출에 나설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내년 선거를 위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누구에게 더 명분이 있을까."

어느 쪽이든 김무성 대표의 승리를 예견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특이하다.

여권의 양자 대립 구도에 비해 야권의 권력투쟁은 훨씬 복잡하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양상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김한길, 안철수, 정세균 등 전직 대표들에게 열세지역 출마를 요구하면서 판이 복잡해졌다.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원회를 같은 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야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새정치

혁신위 인적쇄신 요구하며 더 엉켜

문재인, 통합보다 혁신에 무게

안철수·박원순·안희정과 손잡고

추석 뒤 신인 영입 서두를 듯

안철수 거리두고 박지원 이탈 어려움

통합론자 정세균·김한길 전 대표

"문 체제론 어려워" 명예퇴진 요구

결국은 문 대표의 지지율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이 깨질 것이냐 말 것이냐다. 새누리당에서는 틀림없이 깨진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희망 섞인 관측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분당에도 동력이 필요한 법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이 새정치민주연합과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천정배 의원이나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지지할까? 좀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여부는 결국 문재인 대표의 역량에 달려 있다. 문재인 대표는 리더십의 위기를 재신임 카드로 겨우 빠져나왔다. 상처투성이다. 지금부터 시작해 늦어도 연말까지 자신의 대선주자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다시 사퇴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여부도 그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문재인 대표의 앞에는 혁신이냐 통합이냐 갈림길이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

문재인 대표는 대선주자를 했던 사람이다. 당내 정치보다는 대중정치에 익숙하다. 따라서 혁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재신임 카드를 꺼낸 이유가 바로 혁신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혁신을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사람을 몰아내는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을 영입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젊은 사람, 호남의 불신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 경제를 안정감 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 영입 대상이다. 추석 연휴 직후에 본격화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표는 여전히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과 연대하는 '희망 스크럼'에 집착하고 있다. 정세균 상임고문이 제안한 연석회의는 소통의 창구 정도로 활용할 생각이다. 비주류 의원들을 포함한 대규모 특보단을 임명하는 것도 소통을 위한 것이다.

잘될까? 어려울 것이다. 안철수 의원만 해도 문재인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다. 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척결, 인재 영입을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문재인 대표가 제대로 혁신에 나서야 돕겠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혁신위원회가 부산 출마를 권유하자 불쾌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비주류 인사들이 주장하는 통합우선론에는 반대한다.

동교동계 유일 현역인 박지원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탈할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두고두고 분열 책임론에 시달리는 것을 그는 목격했다. 교훈을 뼈에 새겼다. 그의 통합론은 디제이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범친노의 좌장'이었던 정세균 전 대표, '비주류 수장'을 자처하는 김한길 전 대표도 통합론자들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표 체제로 내년 선거를 치르면 자신들도 낙선하고 당은 참패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문재인 대표에게 명분있는 퇴진과 역할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지지율에 달렸다.

새로운 정당을 추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어쨌든 천정배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 1월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참신하고 역량있는' 사람들이 몰려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참신하고 역량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김민석 전 의원 등도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는 조직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는 가급적 많은 선거구에 후보를 내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연대를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통합진보당 해산의 공백을 메우기도 힘들어 보인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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