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성균관 "차례 술 올릴 때 잔 돌리는 것 옳지 않아"

2015. 9. 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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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 한수진/사회자: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준비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차례 지내시면서 조상께 감사를 올리고 가족과 함께 음복을 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데다가 비용도 꽤 들어서 부담이 되기도 하고요. 홍동백서, 조율이시 이런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차림 예법도 까다로워서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문화 전문가 모시고 추석 차례상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고요. 차례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과 함께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른 아침에 감사합니다. 올해 4인 가족 기준 추석 상차림 비용 23만 원 넘는다 이런 보도도 있던데요. 어떤가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은 음식 올리는데 원래 이렇게 많이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매년 추석과 설이 다가오면 언론에서는 4인 가족 차례 비용을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부담스러운 액수입니다. 흔히 차례를 지내는 것은 조상들의 은덕을 기리는 자리이기에 성대한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차례라는 것은 설날이라든지 한시, 단오, 추석 같은 명절에 치르는 제례인데 보통 이것을 속절이라고 합니다. 바로 고인이 돌아가시는 날에 치르는 기제사하고는 다르죠. 문헌에는 속절에서는 그 때에 나오는 음식을 올린다 라고 했는데 그때 나오는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차례상에 올리면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제철 과일들 제철 음식들 올리면 된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제가 앞에 얘기했던 기제사라는 자체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제사이기 때문에 살아생전에 우리가 다하지 못하는 효를 계속 개선하기 위해서 성대한 음식을 준비할 수 있지만 차례 같은 경우는 그 날을 기념해서 돌아가신 분들을 한 곳에 모셔서 우리가 그 때에 그런 변화에 대해 기념하기 때문에 간단한 음식을 올려야지 많은 사람들이 차례하고 기제사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기제사 지내는 방식으로 차례상을 준비하다 보니까 4인 기준으로 얼마든다 이런 말도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 한수진 사회자: 

그러면 홍동백서니 좌포우혜 이런 법도를 꼭 지킬 필요 없다는 말씀이세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아니요. 그건 아니죠. 그건 아니지만 모든 의례에는 법도가 있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법도나 형식보다는 실제로 내용이죠. 형식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겉치레에 빠져서 허례허식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법도는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차례라든지 제사는 돌아가신 분을 살아계실 때 섬기는 게 효도이고 이것이 제례라는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보면 우리가 형식보다는 그 정신을 조금 더 한 번쯤 살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요즘에 무슨 차례상에 조상님께서 평소 좋아하는 음식 올린다고 해서 피자 햄버거도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요. 커피도 올리고 열대과일도 올리고 괜찮은 걸까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명절이 다가오면 제가 성균관에 있다 보니까 이런 문의가 가장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차례라는 것은 우리가 설과 추석이 되면 가족들과 한 자리에 다 모여서 화합을 다지고 그날 조상께 감사예를 올리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겠죠. 그래서 간소하지만 그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장만해서 정성을 다해서 차례를 지내고 다 같이 음복을 하는 것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올림으로써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그 집안의 조상들의 뿌리를 가르쳐주고 자연스럽게 예를 가르쳐주는 장소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 나오는 과일을 사용하라 했으니 열대과일을 사용하는 자체도 예의 아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고 그것도 저는 바람직한 사회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술 대신 커피라고 했는데 술이라는 것은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맛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례에 사용하고 있어요. 물론 술이 준비가 안 될 경우 물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커피를 술 대신 사용하는 것은 조금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가 아닌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차례상에 올리면 안 되는 음식들도 있다면서요? 가령 털 있는 과일은 귀신 쫓는다고 해서 복숭아 올리면 안 된다는 말도 있던데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사실 그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런데 사실 예서에 보면 복숭아와 같은 음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어요. 그리고 마늘이라든지 이런 냄새나는 음식은 사실 제사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례를 앞두고 몸가짐이라든지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재개를 하는데 이 재개 기간 동안에는 조문이라든지 문병도 가지 않고 냄새나는 음식 즉 마늘이라든지 이런 음식을 먹지 않는데 먹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그런 음식을 올려서는 안 되겠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올려선 안 되는 음식 이런 것보다도 우리가 사실 차례에서 보면 잘못 행해지는 행동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술잔을 두 손으로 돌린다든지 이런 행위는 옳지 못하고 바로 술잔을 받아서 살짝 눈높이 이상으로 올리는 행위로 바뀌어야지 이게 음식보다는 행동에 좀 더 바르게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차례상에서 꼭 빠지면 안 되는 음식은 뭘 꼽을 수 있을까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앞서 말했듯이 제례에서는 제가 술이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까 술과, 술을 올렸으니까 술에 해당되는 안주가 있어야겠죠. 그 안주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차례를 포함한 각종 제례에는 바로 살아계신 분을 섬기는 마음으로 예를 다해야 하는 거니까 술과 안주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요즘에 보면 추석 연휴 이용해서 국내외로 여행 떠나는 분들도 많던데요. 그래서 고향이 아니고 여행지에서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있던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참 그 어려운 이야기인데 제 생각에는 여행지에서 차례를 지내는 건 솔직히 예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것보다는 가족이 다 같이 모인 추석 아침에 차례를 지낸 후에 가족들끼리 여행지로 가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1인 가족 늘면서 차례의 의미가 예전보다는 많이 축소된 느낌이 있는데요. 현대사회에서 차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세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말씀하신대로 세상이 상당히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하더라도 변하는 과정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차례를 지금 현대사회에서의 차례의 의미는 가족 구성원이 모여서 함께 나누지 못했던 정을 나누며 조상들의 은덕을 기리는 축제의 장으로서 저는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나를 존재하게 한 조상들에게 보답하는 의식이며 따지고 보면 효를 실천하는 최소한의 예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효를 실천하는 최소한의 예다. 그렇죠. 그리고 자신의 뿌리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 거고요.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요즘 남자분들 차례음식 함께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전통문화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저는 이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손된 도리로써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지극히 마땅한 이 음식을 준비하는데 남녀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서 차례상 음식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못 다했던 대화를 하며 소통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함께 되새기는 그런 기회가 되었으면 하죠. 그래서 집안의 어른들이 차례상을 준비하는 일에 먼저 솔선수범해 준다면 자연스러운 가정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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