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미국 의회서 연설.."정치는 '경제 노예' 돼선 안돼"

2015. 9. 2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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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역대 교황 가운데 최초…난민·불평등·생태 등 언급

직접적이고 단호한 어조…공화당 입장과 정면배치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 3일째인 23일(현지시각) 오전 10시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위험들을 경고하면서 난민 문제와 경제불평등 및 분쟁 해소를 촉구했다. 교황의 어조는 전례 없이 직접적이고 단호했으며, 거의 모든 사안에서 공화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우선, 교황은 연설을 통해 "미국인의 마음 속에 민주주의가 깊이 뿌리 내려 있는 미국의 정치 역사를 생각해본다"며 "모든 정치는 인류의 선을 증진하고 여기에 봉사해야 하며 개인의 존엄에 대한 존경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모든 정치 활동이 진정으로 인간을 섬겨야 하는 것이라면 정치는 경제나 금융의 노예가 될 수 없다"며 "정치는 정의와 평화, 공동선,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특정한 이해관계를 희생하는 공동체의 건설"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미국 사회가 이민자들에게 폭넓은 관용을 베풀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꿈'의 땅이 돼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수백년 동안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자유로운 미래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좇아 이 땅에 왔다"며 "이 땅의 사람들은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한때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신이 이민자의 아들임을 상기시킨 뒤 "낮선 누군가가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할 때 과거의 죄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시리아 난민 문제와 관련해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는 난민의 숫자에 놀라기보다는 그들을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가난과 관련해 "위기와 경제적 고난의 시기에 세계적 연대 정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며 "가난의 굴레에 갇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가족대회를 언급한 뒤 "가장 취약한 가족들과, 젊은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싶다"며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한 미래를 보고 있지만, 그러나 또다른 사람들은 방향을 잃고 목적 없이 희망 없는 폭력의 미로에 갇혀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그들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우리는 그들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문제를 대처하고, 그들과 얘기하며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미국과 쿠바의 수교에 대해 "고통스러운 역사적 사건과 연결된 역사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몇달 사이에 이루어진 노력을 인정해주고 싶다"고 격려한 뒤 "가능한 방식으로 그런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나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쿠바의 수교에 비판적인 공화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현재 분쟁을 겪어온 나라들이 대화의 길을 계속 간다면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열릴 것"이라며 "이는 용기와 담대함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인류의 활동으로 야기된 환경파괴의 심각한 결과를 피해야 한다"며 "미국과 미국의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소극적인 공화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비판해온 교황은 "어떤 종교도 개인적 망상이나 이데올로기적 극단주의의 형태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 모두가 모든 종류의 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사형제와 관련해서도 "성서의 황금률은 생명의 모든 단계에서 인간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우리에게 부여했다"며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지구에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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