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기후변화, 미래세대에 넘길 문제 아냐"(종합2보)

2015. 9. 2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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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방미 이틀째 백악관 방문 "미국 차별 거부하고 관용적 사회 구축해야" "공통의 집' 보호하는 데 있어 역사적 순간" "미국은 이민자가 세워, 약자 보호해야" 오바마 "쿠바와의 새시작 도움 감사, 기후변화 막기위해 힘 합치라는 요청 지지" 기후변화·이민자·종교자유 직설 언급에 "교황, 정치에 뛰어들어" 논란

생애 첫 방미 이틀째 백악관 방문 "미국 차별 거부하고 관용적 사회 구축해야"

"공통의 집' 보호하는 데 있어 역사적 순간" "미국은 이민자가 세워, 약자 보호해야"

오바마 "쿠바와의 새시작 도움 감사, 기후변화 막기위해 힘 합치라는 요청 지지"

기후변화·이민자·종교자유 직설 언급에 "교황, 정치에 뛰어들어" 논란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현지시간) "기후 변화는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이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찾은 교황은 방미 이틀째인 이날 오전 백악관을 찾아 남쪽 마당에서 환영객 1만5천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푼 환영행사의 답사를 통해 이같이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어로 한 답사에서 이처럼 기후변화의 극복에 미국이 앞장서 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민자 문제의 해결과 종교의 자유 문제 등에서 미국 사회가 맞닥뜨린 현안을 두루 언급했다.

그러나 이들 사안이 2016년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첨예한 쟁점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전망이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은 "교황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먼저 교황은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구상을 제안한 사실이 고무적"이라며 "그것이 긴급한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기후변화는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공통의 집'을 보호하는 데 있어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살고 있다"며 "우리는 지속가능하고 완전한 발전을 가져올 필요한 변화를 만들 시간이 아직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설적인 언급은 첫 방미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부담스러워하고 기업들이 반대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환경문제를 피해갈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깬 것이다.

이어 교황은 자신을 "이민 가정의 아들"이라고 소개하고서 "미국은 주로 그런 가정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며 나 자신 역시 미국의 형제로서 여기에 왔다"며 "나는 이런 만남과 대화의 날을 고대해왔으며 미국인의 많은 희망과 꿈을 듣고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리아 난민사태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이민자의 문제에 미국이 관용적이고 포용적 입장을 취할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풀이됐다.

'빈자의 성자'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종류의 세상을 남길지 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 의해 존재가 무시되는 수백만 명에 대해 진지하고 책임 있게 인식해야 한다"며 이민자를 포함한 빈자들에 대한 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약자에 대한 보호에 미국이 관심을 가져달라. 미국 사회는 완전하고 통합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미국은 차별을 거부하고, 진정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유는 미국의 가장 귀중한 자산 중 하나이며, 모든 이들이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거나 타협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며 미국이 종교의 자유에 더욱 포용적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언급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부부의 결혼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아 구치소에 갇혔던 켄터키 주 법원 서기의 사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우리가 쿠바인들과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귀중한 도움을 주신데 감사드린다"고 며 미국과 쿠바 간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교황이 전폭으로 지원해준 데 사의를 표했다.

또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교황은 신이 우리에게 준 멋진 선물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호해야 할 신성한 의무가 있음을 일깨워준다"며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사회를 지원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귀중한 세계를 보호하는데 힘을 합치라는 세계 지도자들에 대한 교황의 요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을 향해 "예수 가르침의 살아있는 본보기"라며 "도덕적 권위가 말씀뿐 아니라 행동에서 나오는 지도자"라고 상찬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신의 눈앞에서 개인 또는 사회로서의 우리의 척도는 부와 권력, 지위, 명성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빈자와 배제된 자를 돕고, 정의를 따르고 불평등에 맞서며, 모든 인간은 존중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성서의 요청을 얼마나 잘 따르고 노력하느냐에 달렸음을 교황은 일깨워준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9시22분께 이탈리아 산 검은색 소형 피아트 500L을 타고 백악관 남쪽 마당으로 입장, 기다리고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이어 환영 인파의 계속된 환호와 박수 속에 경쾌한 음악에 맞춘 의장대의 사열이 펼쳐졌고 바티칸과 미국 국가가 연주됐다.

환영행사를 마치고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데 이어 워싱턴D.C. 내 백악관 주변 시가 퍼레이드를 벌였다. 교황은 시가 퍼레이드 도중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몇몇 아동들의 이마와 뺨에 입맞춤을 하기로 했다.

한편, 교황은 오는 27일까지 성 매튜성당 기도, 바실리카 국립대성당 미사 집전(이상 23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대중과의 만남, 성패트릭 성당 방문(이상 24일), 유엔총회 연설, 9·11테러 희생자 추모 박물관 방문, 매디슨 스퀘어 가든 미사 집전(이상 25일), 필라델피아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 미사 집전(26일), 세계 천주교가족대회 거리행진(27일)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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