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교황 쿠바 북한

이계성 2015. 9. 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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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이 아니라 사람을 섬겨야 합니다."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열린 미사 강론에서 사람에 대한 섬김을 강조했다. 권력과 부를 가진 잘난 사람이 아니라 주변의'가장 취약한 사람'에 대한 섬김이다. 그 섬김은 결코 이데올로기적인 게 아니라고도 했다. 인민대중을 위한 체제라면서 개인숭배에 빠진 사회주의체제를 에둘러 겨냥한 느낌이다. 하지만 교황은 쿠바방문 나흘 동안 카스트로 체제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비판보다는 감싸 안는 포용과 사랑으로 변화를 독려했다.

▦ 교황의 쿠바 방문은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 2012년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세 번째. 그러나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에 보다 큰 역사적 의미가 부여된다. 바티칸 교황청과 쿠바간 외교관계 수립 80주년인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3년 만의 미국_쿠바 국교정상화에 막후 중재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쿠바인들이 그를 열렬히 환영한 것은 주민 60%가 가톨릭교도이고 중남미 출신 첫 교황이라는 점 외에 미국_쿠바 관계 정상화를 도운 데 대한 감사의 뜻도 담겼다는 보도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 그의 고교 은사이자 예수회 신부인 아만도 요렌테의 설교집을 선물했다. 요렌테 신부는 1959년 쿠바 공산혁명 직후 피델에 의해 외국인 성직자들과 함께 추방돼 2010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생을 마쳤다. 피델에게 과거와의 화해를 권하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교황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는 공식 회담을 가졌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쿠바가 더 개방적이고 자유와 인권이 확대되는 변화의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들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쿠바 방문 뉴스를 접하면서 북한을 떠올렸다. 교황은 지난해 8월 방한했을 때 명동성당에서 열린'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을 통해 "남북이 서로 대화하고 만나고, 인도주의적 요구에 관대하게 응해달라"고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 방문을 희망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북한 김정은 정권은 요지부동이다. 아직은 교황을 맞을 준비가 안돼 있는 것이다. 교황이 북한 땅을 밟는 자체만으로도 김정은 체제의 큰 변화일 것이다. 그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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