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배짱, 호랑이 기 살렸다

성환희 2015. 9. 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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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 9전 전패 KIA 최악 전력으로 시작 현재 7위

21일엔 김광현 내세운 SK상대…양현종으로 정면 승부 7-0 대승

5위와 0.5경기 차 가을야구 불씨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9전 전패로 시작했던 KIA는 144경기의 페넌트레이스 후반기 막판까지도 5강 사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기적'의 종착역이 과연 어디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야구 전문가들은 양현종(27·사진)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 5강 경쟁팀들 가운데 '최악의 전력'으로 해피엔딩을 이루기 위해서는 얼마 남지 않은 경기에서 에이스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양현종은 후반기 징크스를 이기지 못하고 여름 이후 페이스가 떨어졌다. 하지만 김기태 KIA 감독은 그럴수록 양현종을 전면에 배치했다. 21일 인천 SK전에서 거둔 양현종의 시즌 14승(6패)째는 KIA에 1승 이상의 의미를 안기며 선수단에 미친 파급효과가 엄청났다.

5위로 뛰어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SK는 이날 김광현을 내세워 5위 싸움에 쐐기를 박을 심산이었지만 김 감독의 배짱을 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1승이 아쉬운 KIA의 현실을 고려하면 에이스 양현종의 전략적 투입이 당연한 것으로 보였다. 하위권과의 경기, 또는 약한 상대 선발에 맞춰 양현종을 투입하면 승리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SK, 더구나 상대팀의 에이스 김광현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그는 "상대팀에게 피해간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전력이 약한데 기(氣)에서마저 눌리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는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이자 트레이드마크다. LG 사령탑 시절 김 감독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개막전 선발투수는 일찌감치 발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감독은 전력 노출을 꺼려 선발 공개를 최대한 미루기도 하며, 상대 카드를 보고 변칙적인 운용을 하기도 하지만 김 감독은 당당하게 임했다. 에이스라면 잴 것 없이 무조건 큰 경기, 중요한 게임에 나가야 한다는 지론이다.

에이스끼리 맞대결에서 지는 팀은 위험부담이 크지만 이기는 팀은 그 반대다. KIA는 SK에 7-0 완승을 거두고 3연패를 마감, 5위권과 격차를 다시 0.5경기로 좁혔다. 후반기 부진으로 자칫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었던 양현종은 스스로 에이스임을 확인하며 남은 경기 기대를 부풀렸다. 또 김광현을 무너뜨린 KIA 타자들은 어느 팀, 어느 투수와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지금부터는 간이 커야 한다"고 독려했다. 5강 티켓을 향한 KIA는 11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롯데와 SK에 뒤지지만 김 감독의 뚝심과 약자가 강자를 잡는 야구의 묘미에 빠진 팬들의 절대적인 응원은 KIA의 가장 큰 힘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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