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兆 들여 난민 100만명 품는 獨.. 제2 '라인강의 기적' 꿈꾼다

취재/ 한경진 기자 2015. 9. 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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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난민의 경제학' 주목

"올해 독일에 난민 80만여명이 들어올 것이라는 예측을 넘어 100만명이 들어올 것이라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사회민주당(SPD)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같이 밝혔다.

독일 정부는 당초 올해 난민 신청자 수를 45만명으로 예측했다가 80만명으로 늘려잡았는데, 최근 2개월 동안 난민이 집중적으로 밀려들자 다시 한번 수치를 조정했다. 지난해 독일이 난민 20만명을 받아들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 무려 5배나 많은 인원이 몰려드는 셈이다.

난민 지원에 들어갈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독일의 '선량한 이웃' 정책에는 인도주의와 함께 장기적으로 난민이 고령화·저성장 시대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실리주의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의 난민 지원 재정 부담 연간 130억유로 추정

난민 사태로 연간 독일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난민 1명당 1만2000~1만3000유로 정도다. 매달 난민에게 143~216유로(성인 기준)의 현금을 지급하고, 음식과 거주, 의료 지원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올해 100만명이 몰려든다고 가정하면, 독일 정부는 약 120억~130억유로(약 16조~17조3000억원)를 부담하게 된다.

독일 사회학자 마인하르트 미겔은 "이번 난민 유입이 독일에 도움이 될지, 골칫거리가 될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익숙한 세계를 고수하려던 사람들이 과거 유럽에 한 번도 없었던 상황에 고뇌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독일 데카방크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티안 퇴트만은 "시리아 난민의 경우 향후 몇 년은 구체적인 삶의 계획도 없는 만큼, 그들이 독일이라는 사회에 어떻게 통합될지 말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했다.

독일 내의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난민 수용 센터를 공격하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고, 난민 수용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사회민주당 당사에 테러 협박을 하고 있다. 값싼 임금의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데다, 난민 지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세금 인상 가능성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런 여론을 의식해 "연방정부 및 주정부 세수 상황이 기대한 것보다 좋다"며 "난민 문제를 풀기 위해 세금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독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세운 5년간의 균형예산 목표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내년과 그 이후에 일어날 여러 가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 예산이 절실하다"며 올해 난민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기업들, "난민 유입은 독일 경제에 기회다"

정치적인 논란과 달리, 산업계에서는 난민이 장기적으로 독일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독일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의 고령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기업 다임러사(社)의 디터 체체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4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난민 유입은 독일 경제에 또 다른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며 "난민의 대부분은 젊고, 기술력과 교육 수준이 높아 바로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1950~1960년대 수백만명의 이민자들이 세계 2차대전 이후 독일 경제 재건에 기여한 사실이 있다"며 "우리는 난민 수용 센터에 채용 담당자를 보내고,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난민 주거지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사(社)의 마틴 빈터콘 CEO도 "고도로 숙련된 기술을 가진 난민에게 우리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난민 사태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난민을 위한 직업 훈련과 언어 교육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독일은 2050년이면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9%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이 2020년부터 180만명의 숙련노동자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독일연방통계청 역시 현재 8100만명인 독일 인구가 2060년에 680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폐쇄적인 이민 정책으로 그늘진 일본 경제를 보더라도 외국인 노동자 수용은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먼 미래까지 내다보지 않더라도, 당장에 난민 수송 전세기를 운영하는 항공사, 난민 주거시설 건설사 및 구호품, 통신업체 등 '난민 비즈니스' 특수(特需)를 누리는 일부 업종의 내수 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국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독일이 3년간 100만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할 경우 2020년까지 GDP의 0.6%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독일경제연구소(DIW)도 난민 사태가 내년 독일 GDP 성장률의 약 0.25%를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싱크탱크 베텔스만 재단은 "10년 전에 '우리는 이민자 국가가 아니다'고 말하던 독일이 이제는 '이민자로부터 동력을 얻는다'고 말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방식으로 공론화되면 좋은 결과를 얻겠지만 난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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