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신경 쓰면 실력 떨어진다고? 여자 골퍼에 대한 편견 깨고 싶어요

양준호기자 2015. 9. 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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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메이저 첫승 안신애무릎 부상에 결장기간 길었지만 파워 늘고 샷 감 좋아 반등 자신트로피처럼 간직한 옛 우승퍼터 5년만에 꺼내들고 대역전극 연출

안신애(25·해운대비치골프리조트)는 독특한 위치의 골프선수다. 그가 행사나 경기에 입고 나간 옷은 '완판'이 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기사화된다. 국내에서 이런 식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여자 스포츠선수는 김연아나 손연재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안신애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손연재와 달리 4년간 성적이 저조했다. 화려한 외모와 복장이 먼저 눈에 띄는 그에게는 '골프보다 딴 곳에 신경 쓴다'는 비난이 따라다녔다.

그랬던 안신애가 우승을 하자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가 지나도록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지켰다. 그가 SNS에 올렸던 '셀카'들은 거의 전부 인터넷 뉴스 코너에 도배됐다. 안신애를 15일 인터뷰했다.

지난 13일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KLPGA 챔피언십에서 5년 만의 통산 3승이자 메이저대회 첫 승을 거머쥔 안신애는 이틀이 지났음에도 감격에 겨운 듯했다. 과거 자신을 후원했던 기업들에도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그는 부모님의 축하가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말할 때 다시 울컥했다. 안신애의 아버지 안효중(63)씨는 10년 넘게 대회장과 연습장을 따라다니며 외동딸을 뒷바라지했다. 최근 발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정작 딸의 우승은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안신애는 "부모님 두 분 다 연세가 많아 요즘엔 대회 코스를 따라 도는 걸 볼 때면 경기 중에도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부모님 얘기만 나와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2009년 신인왕 출신 안신애는 2010년 2승을 거뒀지만 그 해 후반기부터 슬럼프를 겪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유방암 수술에 충격이 컸고 안신애 자신도 건강이 나빠져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뭔가를 아무리 잘해도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올 3월에는 협회 홍보영상을 찍다가 골프카트에서 떨어져 무릎 근육이 찢어지는 불운까지 겪었다. 7개 대회나 건너뛰고 5월에야 복귀했다. 올해도 안 되는가 했지만 기대를 접기에는 샷 감이 워낙 좋았다. 호주 브리즈번 겨울훈련 때부터였다. 살을 4㎏ 찌워 파워를 더했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10야드 정도 늘어 안정적으로 250야드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안신애는 "샷 감이 정말 좋아 올해는 자신감이 컸다"면서도 우승 가뭄 해갈의 비결은 퍼터에 있다고 강조했다. "2주 전에 퍼터를 바꿨어요. 5년 전 두 번의 우승 기억이 담긴 그때 그 퍼터를 히든카드로 꺼내든 거죠. 예전에 쓰던 퍼터들은 자선행사 때 내놓거나 지인에게 선물도 하는데 그 퍼터는 트로피처럼 집에 모셔두고 있었어요." 그는 "처음 공개하는 얘기"라며 웃어 보였다.

최근까지 말렛(반달형) 퍼터를 사용하던 안신애는 5년 전 썼던 블레이드(일자형) 퍼터로 승부를 걸었고 이후 2개 대회에서 10위권에 오른 다음 마침내 정상까지 밟았다. 정규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몰아쳤고 연장 세 홀 연속 버디로 3라운드까지 7타 차 열세를 뒤집는 기적을 썼다.

안신애는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4년간 투어 출전권도 보장받았다. 부진이 거듭돼 올 시즌 뒤 시드(풀타임 출전권)를 잃었다면 어땠을까. 안신애는 "그래도 은퇴는 생각하지 않고 시드 순위전에 도전했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우승했던 기억이 있으니 그것만 보고 계속 달리는 거죠. 골프는 중독이라고들 하잖아요. 원하는 대로 공이 날아가고 퍼트가 홀에 들어가는 그 순간이 늘 짜릿해요." 안신애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골프선수라는 직업을 놓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골프선수로서 최종목표를 묻자 안신애는 작심한 듯 말했다. "여자 스포츠선수라고 하면 짧게 깎은 머리와 남자 같은 체격에 운동밖에 모르는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스포츠 중에서도 골프는 더더욱 그런 고정관념에 얽매일 스포츠가 아닙니다. 저처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도 우승할 수 있는 게 골프라는 것을 더 알리고 싶어요."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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