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일관된 '원칙'대응..그리스의 무정한 악당에서 난민의 영웅으로

박준호 2015. 9. 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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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 재정 위기에 이어 난민 위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가운데 그리스 재정위기 때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두 달전 그리스 재정위기 땐 '무정한 악당(heartless villain)'으로 묘사됐지만, 최근에는 유럽 대륙으로 피난처를 찾기 위해 몰려드는 난민들의 '영웅(heroine)'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안이 다른 두 위기에서 독일 지도자에 대한 이미지 혹은 인식은 대조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반면,정작 메르켈 총리 자신은 일관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난제에 결단력있게 접근하고, 유럽 국가들에게 국제 규정을 준수할 것을 강조하고, 독일의 리더십이유럽에 해법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물론 각각의 위기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접근 방식에 대해 모든 유럽인들이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에 대한 엄격한 조건의 새로운 구제금융안에 대해 발트해 연안국과 슬로바키아는 지지를 보였지만, 지금 이들 국가는 유럽으로 오는 난민들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메르켈 총리와 반대편에서 논쟁하고 있다.

그럼에도 61세의 여장부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인기로 올 11월 총리 집무실에서 취임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복잡한 위기의 정점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장수처럼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으로 독일어로 엄마라는 뜻의 '무티(Mutti)'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정책 특징은 동정이나 비전보다는 항상 실용주의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의 만프레드 겔너 대표는 "메르켈 총리는 항상 실용적이다"라며 "쏟아져들어오는 난민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메르켈은 언제나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간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가 처음부터 난민 문제에 대해 개방적이고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의 많은 일반 국민들이 난민들을 돕기 위해 협력하고 난민 수용시설에 대한 공격에 우려를 나타내는 동안, 메르켈 총리는 난민 위기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처음에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올 여름 내내 독일에서 비판 받았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메르켈 총리는 공영 NDR TV 생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 "모든 난민이 여기서 살 수 없다"는 말로 팔레스타인 출신 14세 난민 소녀를 울리기도 했다.

난민 사태의 논란이 수그러들길 기다리던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무드'를 읽고 나서야 난민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바꿨다.메르켈 총리는 최근 '독일 밖'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독일을 희망과 연관지어 생각해가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나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국가와 그리고 난민을 환영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주민을 통합하면 독일의 번영에 이점이 될 것이라면서 "만약 이 문제(난민 사태)를 잘 처리하면 리스크보다는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채 위기가 발생하는 동안 '룰'을 고수할 것을 강조한 독일의 주장은 많은 나라들을 짜증나게 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독일의 접근 방식이 난민 위기 사태에도 반영됐다.

메르켈 총리는 모든 EU 국가에 적용되는 난민 보호에 대한 제네바 협약은 순수하게 독일의 문제라고 지적한 헝가리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독일은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필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시리아 난민이 첫 번째로 도착한 (유럽)국가로 돌려보내지 않고 수용하기로 한 독일의 결정이 EU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메르켈 총리는 난민 수용 부담을 공유하길 꺼리는 국가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메르켈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CSU)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는 대대적인 난민 수용이 자칫 독일을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으로 우려하며 비판하고 나섰지만, 메르켈 총리는 독일 의회에서 "우리가 용기를 갖고 솔선수범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부채 위기가 하룻밤 사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난민 유입사태 역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 사태는 단 며칠 또는 몇 달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독일의 철저함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 독일에게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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