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라이브] '스물다섯' 지동원,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다

2015. 9. 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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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뮌헨(독일)] 정다워 기자= 2011년 8월 13일.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의 지동원(24, 아우크스부르크)이 유럽 무대에 데뷔한 날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지금 지동원은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지동원은 '싹이 보이는' 스트라이커였다. 전남드래곤즈 유스팀 광양제철고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잉글랜드 레딩에서 유학을 하기도 했다. 만 18세였던 2010년 K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8골 4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유럽에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수월하게 진출했다. 2012년에는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대 초반, 지동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 중 하나가 '승승장구'였다.

유럽에 진출한지 벌써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지동원은 우리나이로 25세가 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지동원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선덜랜드에서 아우크스부르크를 오갔고, 독일분데르시가 명문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이제 선수로서 정점을 찍어야 할 시기인데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최근 두 시즌은 지동원에게 어려운 시기였다. 지동원은 2013/2014, 2014/2015 두 시즌 동안 단 한 골만을 기록했다. 2014년 아우크스부르크 소속으로 도르트문트전에서 골맛을 본 게 마지막 득점 기록이다. 스트라이커인 지동원에게 긴 침묵이 찾아왔다. 주전 경쟁도 쉽지 않았다. 특히 수준 높은 공격수들이 많은 도르트문트에서는 아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 복귀는 그래서 더 긍정적인 일이었다.

소속팀에서 고군분투 하는 사이 국가대표 지동원의 존재감도 흐릿해졌다. 4년 전 지동원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 4골을 터뜨렸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가 한국 공격의 선봉장이었다. 당연히 지동원이 한국의 10년을 이끌 공격수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동원은 이제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게 어색한 선수가 됐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지동원은 좀처럼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게 전부다. 지난 월드컵 2차예선에서도 지동원은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다.

지동원이 주춤한 사이 비슷한 나이대의 공격수들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정협(24, 상주상무)이다. 지동원과 동갑내기인 이정협은 불과 1년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다. 스스로 "지동원을 부러워했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불의의 부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이제 이정협은 지동원에 대항할 만한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소집에서 활약한 석현준(24, 비토리아), 황의조(23, 성남FC)도 지동원과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다. 포지션도 같다. 경쟁자라는 의미다. 지동원에게는 동기부여, 혹은 자극이 될 만한 현상이다.

그런데 지동원의 생각은 달랐다. 12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아우크스부르크와 바이에른뮌헨의 '2015/2016 독일분데스리가' 4라운드가 끝나고 만난 지동원은 다른 선수, 정확하게 말하면 라이벌이라 볼 수 있는 이들이 아니라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비슷한 나이대,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잘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다른 선수들를 보고 자극을 받지는 않는 상황이다. 다른 선수를 보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내 플레이, 내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뭐가 모자란지 생각하고, 이 부분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다. 지동원은 현재 소속팀에서의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의 베스트11에 들어갈 공격수가 아니다. 바이에른전에서도 후반 31분 교체 투입돼 15분 정도를 뛰었다. 지동원이 현재 자신의 상황을 '힘든 시기'로 표현한 이유다. 그 사이 국가대표와 멀어졌고, 지동원도 어느 정도 마음을 비웠다.

지동원은 "일단 지금 내가 국가대표에 대해 생각할 겨를은 없다고 본다. 현재 소속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힘든 경쟁을 하고 있다. 지금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 팀에서 잘하면 국가대표에 다시 갈 기회는 자연스럽게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소속팀에서 더 많이 뛰고 좋은 경기를 하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필요한 건 골이다. 공격수인 지동원은 골로 말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지동원은 골맛을 본지 오래 됐다. 최대한 빨리 득점 감각을 회복해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지동원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도 당연히 골을 넣으면 좋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언젠가는 내가 골을 넣어 팀에 도움이 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다. 멀리서 응원해주시는 분들 위해서 경기장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지동원의 각오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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