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의 귀향> 87년 만에 만난 할아버지는 한 줌 재였다

2015. 9. 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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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서 이틀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115위 모두 인수
<70년만의 귀향> 할아버지 오랜시간 죄송했습니다 (비바이<일본 홋카이도>=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 오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비바이(美唄)시 토메이(東明)의 절 조코지(常光寺)에서 열린 비바이 탄광에서 희생된 조선인 강제 노동 희생자 추도식에서 손영진(오른쪽)씨가 작은 외할아버지의 유골이 담긴 함을 전달받은 뒤 오열하고 있다. 손씨의 외할아버지와 작은 외할아버지는 일제시대에 강제로 비바이 탄광에 끌려가 현지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손씨의 외할아버지의 유골은 아직 실종상태다.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 및 유골 귀향 추진위원회'(이하 귀향추진위) 한국 측 대표 단체인 ㈔평화디딤돌이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 탄광에서 사망한 조선인 유골 6위를 이날 인수했다. 2015.9.14 hkmpooh@yna.co.kr
<70년만의 귀향> 복 바치는 슬픔 (삿포로<일본 홋카이도>=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 오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소재 절 혼간지(本願寺) 별원에서 열린 조선 강제노동희생자 추모식에서 이옥순(88·여)씨가 73년만에 시동생 김일중(1925년 출생)씨의 유골함을 확인한 뒤 오열하고 있다. 이씨는 2004년 아들 김경수(65)씨와 함께 혼간지를 찾아 유골은 확인했지만 섞여 있다는 이유로 고국으로 데려갈 수가 없었다. 결국 긴 협의 끝에 11년만인 이날, 섞여 있는 유골을 무작위로 71명분으로 나눠 고향으로 데려가게 됐다. 2015.9.14 hkmpooh@yna.co.kr
<70년만의 귀향> 73년만에 만나는 시동생 (삿포로<일본 홋카이도>=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 오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소재 절 혼간지(本願寺) 별원에서 열린 조선 강제노동희생자 추모식에서 이옥순(88·여)씨가 73년만에 시동생 김일중(1925년 출생)씨의 유골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이씨는 2004년 아들 김경수(65)씨와 함께 혼간지를 찾아 유골은 확인했지만 섞여 있다는 이유로 고국으로 데려갈 수가 없었다. 결국 긴 협의 끝에 11년만인 이날, 섞여 있는 유골을 무작위로 71명분으로 나눠 고향으로 데려가게 됐다. 2015.9.14 hkmpooh@yna.co.kr

홋카이도서 이틀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115위 모두 인수

(비바이·삿포로<일본 홋카이도>=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할아버지, 오랜 시간 너무 죄송했습니다."

13일 오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비바이(美唄)시 토메이(東明)의 절 조코지(常光寺)에서는 한 남성의 한 서린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 및 유골 귀향 추진위원회'(이하 귀향추진위) 한국 측 대표 단체인 ㈔평화디딤돌이 비바이 미쓰비시 탄광에서 사망한 조선인 유골 6위(位)를 인수하는 자리였다.

이 울음소리의 주인 손영진(65)씨는 작고한 어머니 이영순(1908년 출생)씨의 사진이 든 액자와 작은 외할아버지 안태복(1906년 출생)씨의 유골함을 안고 있었다.

손씨의 외가는 일제강점기에 집안의 기둥 두 개를 동시에 잃었다.

외할머니가 손씨의 어머니를 잉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28년 1월, 외할아버지 안태산(1900년 출생)씨와 태복씨 형제는 서울 집에서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갑자기 강제로 끌려갔다.

형제의 소식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디로 갔는지도 몰랐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려주는 이도 없었다.

손씨는 "외할머니가 외로우실 때는 혼자 많이 우시는 걸 봤는데 어렸을 때는 그 이유를 잘 몰랐다"며 울먹였다.

그는 1980년대부터 백방으로 외할아버지 형제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손씨의 외할머니는 남편과 시동생을 다시 만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2005년 98세로 눈을 감았다.

손씨가 외할아버지 형제의 소식을 들은 것은 작년이었다. 비바이 미쓰비시 탄광 갱 내 가스 폭발 사고로 숨진 노동자를 모시는 일본의 한 절 명부에 작은 외할아버지의 이름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결국 손씨의 작은 외할아버지는 이날 영문도 모른 채 일본으로 끌려간 지 87년 만에 한 좀 재가 돼 외손자 품에 안겼다.

외할아버지의 행방은 여전히 알 수 없다. 미쓰비시 탄광 깊은 곳에서 실종됐다고 추정만 할 뿐이다.

"얼마나 남편을 기다렸으면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티시다가 돌아가셨겠습니까. 이제야 작은 외할아버지를 뵈니까 가슴이 찢어지고 연민의 정을 가라앉힐 수가 없습니다."

손씨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평화디딤돌은 이날 오후에는 삿포로(札晃)시로 이동해 절 혼간지(本願寺) 별원에 모셔진 71위의 유골을 찾았다.

이 유골들은 홋카이도의 한 건설업자가 따로 보관하다가 1997년에 혼간지에 맡긴 것이다.

이옥순(88·여)씨도 이날 1942년 끌려간 시동생 김일중(1925년 출생)씨의 유골을 손에 넣었지만 이 유골은 온전치 않았다.

일본 기업들과 혼간지가 김씨를 비롯한 조선인과 중국인의 유골 101위를 항아리 세 개에 나눠 모두 섞어버린 것이다.

이씨는 2004년 아들 김경수(65)씨와 함께 혼간지에 와서 유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다른 이들의 유골과 뒤섞여 있다는 이유로 가져올 수가 없었다.

결국, 긴 협의 끝에 11년 만인 이날 유골을 무작위로 71명분으로 나눠 고향으로 데려가게 됐다.

허리가 굽어 지팡이에 의지한 채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혼간지를 찾은 이씨는 고령인 탓에 말을 잇기가 쉽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강한 분노로 울렸다.

"시동생을 살아서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돼 기가 막히고 목이 메. 밤마다 잠이 안 왔어. 유골을 이렇게 섞어버렸으니…."

아들 김씨는 "결과적으로 유골이 돌아오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 것과 섞여 유족 입장에서는 관련 기업이나 혼간지 별원이 사과를 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혼간지 별원 관계자는 "봉환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만 말할 뿐, 유골이 섞인 데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평화디딤돌은 이날 조코지 6위, 혼간지 별원 71위를 되찾으면서 홋카이도 전역에 있는 조선인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115위를 모두 회수했다.

이들은 전날에는 홋카이도 아사지노(淺茅野) 비행장과 우류(雨龍)댐 희생자 유골 38위를 인수한 바 있다.

혼간지 별원 추도식에 참석한 주삿포로 한국총영사관 한혜진 총영사는 "홋카이도에는 유골조차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희생자의 유해가 아직 산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행사가 일부 민간단체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정부와 관련 기업 등이 함께 나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홋카이도 당국자들은 서면 메시지를 보내 유골 봉환 행사의 의의를 기렸다.

다카하시 하루미(高橋はるみ) 홋카이도 지사는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대했을 희생자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을 이국에서 잃은 유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활동으로 홋카이도뿐 아니라 양국의 구호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아키모토 가쓰히로(秋元克廣) 삿포로 시장은 "조국 땅에서 평안하게 잠드실 수 있도록 마음으로부터 위령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후 유골 115위는 배편으로 한 많은 땅인 홋카이도를 뒤로하고 도쿄(東京)로 모셔졌다.

귀환단은 육로로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히로시마(廣島)를 거쳐 시모노세키(下關)까지 유골을 옮기며 추모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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