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 '제3의 길' 버리고 좌향좌

송민섭 기자 2015. 9.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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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당수 강성좌파 코빈 당선

‘더 왼쪽으로!’

12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 당수 선거 결과 ‘철도·에너지 국유화’ ‘긴축 반대’를 주장한 제러미 코빈(66) 하원의원이 압승을 거뒀다. 총선 참패 후 ‘외연 확대’와 ‘색깔 강화’ 등 당 노선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던 영국 노동당이 결국 강성 좌파를 새 수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좌파 집권을 위해선 중도가 정답”이라고 보는 세력이 만만찮아 코빈호가 순항할지는 불확실하다. 

1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 등에 따르면 코빈 후보는 지난 5월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에드 밀리밴드 전 당수 후임을 뽑는 전날 선거에서 전체 42만2664표 가운데 25만1417표(59.5%)를 득표해 승리했다. 앤디 번햄(45) 후보 득표율은 19%, 이베트 쿠퍼(46·여) 후보는 17%, 리즈 켄달(44·여) 후보는 4.5%였다. 노동당 당수 선거 사상 1차투표에서 승부가 난 것은 1994년 토니 블레어 당선 이후 처음이다.

코빈 후보는 당원과 노조 연계 지지자, 일반 지지자 그룹 모두에서 나머지 세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 코빈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에 ▲보수당의 긴축안 저지 ▲철도·에너지 산업 재국유화 ▲법인세·부유층 건보료 인상 ▲대학 등록금 면제 등 무상교육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빈 후보가 지난 32년 의정활동 내내 한 번도 당직을 맡지 않은 ‘아웃사이더’인 데다 내세운 공약들이 워낙 급진적이어서 노동당 일각에서는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감지됐다.

중도를 지향하는 ‘제3의 길’로 1997년 노동당 집권시대를 연 블레어 전 총리는 선거 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강성좌파인) 코빈이 당선되면 노동당은 절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크리스 레슬리 예비재무장관과 트리스트램 헌트 예비교육장관 등 노동당 주요 당직자들도 “코빈 체제가 들어서면 예비내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코빈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만큼 당분간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새 예비내각 명단을 발표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노동당 당수 활동에 돌입하는 코빈 당선자는 “후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 직후 옵서버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분간 흐트러진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힘을 쏟겠다”면서도 “보수당 정부의 긴축 프로그램, 복지 개혁안, 노동법 개정안 등을 막기 위해 (정책토론 등으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14일 당장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의 무역노조법안을 막고 15일엔 세금공제 감면안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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