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바뀌는 영국 노동당

신경립기자 2015. 9.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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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당수 反긴축 강성좌파 코빈 당선.. 美 샌더스 돌풍에 영향 주목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차기 당수로 정계의 '아웃사이더' 제러미 코빈(66) 의원이 선출됐다. 보수당 정권의 긴축과 복지개혁 정책을 강력 반대하고 철도 등 기간사업을 다시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코빈은 노동당 내에서도 토니 블레어로 대표되는 중도 좌파 노선과 정면으로 대립되는 강성 좌파다.

코빈 당수의 등극이 상징하는 중도 세력의 몰락과 급진주의의 부상은 영국 정치권의 일대 지각변동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불과 3개월 전까지도 당선 확률 1%에 불과했던 '비주류' 의원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단숨에 영국 정치의 주무대에 올라서는 이변을 일으키자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74) 상원 의원이 '제2의 코빈'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전날 치러진 영국 노동당 당수 선출 1차 투표에서 '마르크스 추종자'로 불리는 코빈이 과반수인 59.5%의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30여년간 노동당의 비주류 당원에 불과했던 코빈은 선거 기간 내내 돌풍을 일으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줄곧 압도적 1위를 차지해왔다. 5월 총선 참패에 실망한 노동당의 민심은 반(反)긴축과 복지개혁 반대, 철도 국유화, 노동법 개정 반대 등 전통 좌파를 표방하는 코빈의 경제정책, 일명 '코비노믹스'에 열광했다. 코빈은 당선 후 "사회는 공정해질 수 있다. 모든 것은 바뀔 수 있고,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진적 성향의 코빈에 대해 영국 정계에서는 벌써부터 우려가 쏟아진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노동당 정권을 이끌었던 블레어 전 총리는 급진파인 코빈의 당선이 노동당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노동당이 절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 보수당 정권의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의 당선이 "우리의 국가 및 경제 안보에 심각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코빈은 영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일시적 인기몰이를 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던 코빈이 실제 노동당 당수 자리를 꿰차는 이변을 일으킨 데 대해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계는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풀뿌리 지지층의 인기에 힘입어 정가의 변두리에서 중앙무대로 단숨에 올라선 코빈이 민주당 경선에서 예사롭지 않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회주의자 샌더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경제가 불안하고 반기득권 정서가 강할 때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수개월 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빈의 승리가 현실화한 것처럼 무명에 가까웠던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제치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WP는 특히 1990년대에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내세운 진보진영의 중도주의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클린턴 전 장관이 과거 중도주의 노선에 치우쳤던 점을 상기시켰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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