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신춘문예 심사 지루해서 못하겠다"

김성곤 2015. 9. 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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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교보인문학석강서 한국문단 현실 비판"한국문학 이꼴 된 건 대학 문창과 때문"
소설가 황석영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보빌딩 23층에서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교보인문학석강’에서 ‘개발독재와 근대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신춘문예 심사를 지루해서 못하겠다. 안 한 지 10년이 넘었다. ”고 말했다.

소설가 황석영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보빌딩 23층에서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교보인문학석강’에 강연자로 나서 “오늘날 한국문학이 이 꼴이 된 것은 대학의 문예창작과 때문이다. 문창과는 쓰는 기술만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황씨는 “최근 주한외국인이 참여한 문학관련 행사에서 ‘문학과 관계없는 철학을 공부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문창과 주도의 한국문단 현실을 꼬집었다. 참고로 황씨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신춘문예와 관련해선 “10명 중 8명이 여성인데 거의 다 문창과”라면서 “다 무난하다. 잘 썼고 기본점수는 된다. 문장도 좋고 구성도 좋지만 10편이 올라오면 다 똑같다. 서사는 모자라고 세계관은 안 되고 철학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고흐의 그림을 예로 들었다. 황씨는 “고흐의 그림은 잘 그렸나 못 그렸나보다는 자기 인생과 세계관을 투여했기 때문에 감동이 있다”며 “소설 쓰는 일도 자신의 세계관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때만 해도 작가는 학과가 중요하지 않았다. 장정일은 중졸이지 않았냐”며 “소설의 기본 요소는 서사다. 젊은 작가의 가장 큰 약점은 체험의 강도와 서사는 약하고 뒤에 텍스트의 그림자가 다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황씨는 ‘나는 왜 여기 서 있나’를 주제로 3주 연속 ‘교보인문학석강’ 강연에 나선다. 이날 개발독재와 근대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데 이어 17일 미완의 출발, 24일 나선형의 통로를 주제로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성곤 (sk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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