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피아노를 했다면.." FIFA의 선한 의도가 어린 축구선수를 잡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2015. 9. 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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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바르셀로나 18세 이하(U-18) 선수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백승호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축구 선수 벤 레더먼(15)의 아버지 대니 레더먼은 불같이 화를 냈다.

대니 레더먼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경기를 못 뛰게 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이상한 제도는 내 아이를 죽이고 있다. 아버지인 나도 괴롭다. 아이들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 연습, 또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들을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는 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8일 “벤 레더먼이 FIFA 이적 규정 때문에 FC 바르셀로나로부터 방출됐다”고 보도했다. 벤 레더먼은 이제 ‘전’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선수다. 벤 레더먼은 지난 2011년 미국인 최초로 FC 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이제 벤 레더먼은 미국으로 돌아온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가 8일 유소년 선수 5명을 방출했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밝혔다. FC 바르셀로나는 다섯명의 선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 언론이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속한 장결희(17)도 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FIFA는 2013년 3월 FC 바르셀로나가 ‘18세 미만 선수의 해외 이적을 금지하는 FIFA 규정 19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6년 1월까지 새로운 선수의 등록을 금지하고 벌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영입한 선수들이 만 18세까지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징계도 내렸다.

이 때문에 벤 레더먼도, 장결희도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공식 경기를 2년 넘게 뛰지 못했다. 최근 FIFA가 경기 출전만이 아니라 훈련 참여·클럽시설 사용 금지와 더불어 훈련장에 머물지 못하도록 하는 추가 징계를 내리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문제의 조항은 앞서 언급한 ‘FIFA 19조’다. 이 조항은 2001년 신설됐다. ‘FIFA 19’조는 구단이나 에이전트가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어린 선수들을 무분별하게 데려가지 못하도록 18살 때까지 선수 이적을 막았다.

‘FIFA 19조’는 어린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FIFA는 어린 선수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길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 선수들을 스카우트 해놓고 성인이 될 때쯤 외면해버리는 구단이나 에이전트도 종종 있었다. FIFA는 몇 가지 예외를 명시했지만, 비유럽 국가 선수들은 ‘FIFA 19조’를 피해가기 어려웠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는 또 한 명의 ‘희생양’을 소개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의사로 일하던 신시아 쿠퍼맨은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주했다. 또래들에 비해 축구 실력이 뛰어난 첫째 아들 니코를 위해서였다. 니코는 바르셀로나 축구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FIFA의 압박에 니코도 최근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FIFA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FIFA 19조’를 충족하기 위해 쿠퍼맨은 10개가 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서류를 FIFA에 제출해야 했다.

선수들은 꿈을 잃었다. 포데 포파나(13·네덜란드)는 이번에 FC 바르셀로나에서 방출된 선수 중 가장 어리다. 포파나의 어머니는 스페인 언론 스포르트와 인터뷰에서 “2주 사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5살 때부터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날만 기다린 아들의 꿈이 무너졌다. 일단 네덜란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는 이제 겨우 13살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대니 레더먼은 한숨을 내쉬었다. 벤 레더먼의 형도 학업을 마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대니 레더먼은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뿌리를 내렸다.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왔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더먼 가족은 FIFA의 추가 징계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대니 레더먼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만약 아들이 축구가 아닌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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