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학부모들, 공익제보 교사 사퇴 요구.."입시가 코앞인데"

최민지 기자 2015. 9. 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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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학부모 집회 열고 결의문 채택, 학교 관계자에게 전달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지난 4일 학부모 집회 열고 결의문 채택, 학교 관계자에게 전달]

입시성적 조작, 학교폭력 은폐 등을 외부에 알린 하나고 교사의 입지가 위태롭다. 학부모들은 해당 교사의 행동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교사는 단식 투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8일 복수의 하나고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교 학부모 300여명은 지난 4일 집회를 열고 공익제보자인 전경원 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학교가 전 교사에 대해 민·형사 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학부모들은 이날 교무실을 방문해 학교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결의문에는 △입시 성적 조작, 학교폭력 은폐 등의 사실을 왜곡해 언론에 알린 것 △내부적으로 해결가능한 일을 외부에 폭로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 △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 △대학 겸임교수 활동, 영리활동 등으로 수업에 소홀한 것 등 전 교사의 잘못을 지적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교사는 지난달 26일 열린 서울시의회 특별위원회에서 "하나고가 학생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들의 입시 평가 점수를 조작했으며 전 정권 유력인사의 자녀가 저지른 학교폭력 가해 사실에 대해 적절하게 처벌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하나고 관계자는 "'기숙사 시설 문제로 성비를 조율한다'는 해명은 교육부가 하나고에 파견한 입학 심사위원에게도 여러 번 고지됐던 일이고, 전 정부 유력자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은 전학 조치로 인해 원만하게 종결이 된 사건"이라며 "전 교사는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자 보복 심리에 왜곡된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경원 교사는 "겸임교수 활동은 학교장에게 허가 절차를 받은 것이며 수업에 소홀했다는 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공격"이라고 답했다. 또 "이미 학교 재단의 문제점에 대해 2013년부터 개선을 요구해 왔으므로 '징계로 인한 보복'이라는 말은 억지"라고 해명했다.

이와 별개로 하나고 학부모 사이에서는 조직적인 시위를 준비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나고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서는 '검은 옷으로 차려입고 침묵 시위를 하자'는 말이 종종 나오고 있으며 일부 학부모는 전 교사에게 '전경원은 개XX, 교사도 아니다', '원서 쓰는 4기 학생의 입장을 헤아린 적 있느냐?' 등의 협박성 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학부모 게시판에도 전 교사를 비난하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많다. 대부분 고3 자녀의 대학 입시를 걱정하는 내용이다. "서울교육청 감사 시작일이 수시 원서 마감 주인데 이번 사태 때문에 아이들의 12년 공부가 물거품이 되지 않길 바란다"(학부모 윤모씨), "당신 자식이 이 학교를 다녔어도 그렇게 '어이없는 정의'를 외쳤겠느냐"(학부모 김모씨)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한편, 또 다른 하나고 교사인 유모씨는 언론의 공정한 보도와 전 교사의 폭로 중단 등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유 교사는 8일 현재 9일째 물만 마신 채 수업에 들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고 내부 반발이 커지는 것은 '학교'라는 특수 환경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익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학부모들은 학교가 잡음 없이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학습권이 침해됐다고 느낄 수 있다"며 "자녀 입시 때문에 사학 집단의 구조적 문제에 눈 감는 집단 이기주의가 발동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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