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통화 퇴짜에 체면 구긴 韓국방

김광수 2015. 9. 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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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포격 도발 직후 세차례나 타진

"합참의장 간 통화했는데 굳이…"

카터, 일정 핑계로 OK했다 NO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 직후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과의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퇴짜를 맞아 체면을 구긴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든 북한의 추가도발이 발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 국방수장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놓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북한의 포격도발 이후 한미 양국은 국방부 차원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실무자급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했다. 최초 통화는 포격도발 다음날인 21일 오후8시30분에 이뤄졌다. 우리측 국방부 실무자가 미측에 전화를 걸어 "대북 대응태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양국 국방장관간에 전화통화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운을 뗐다. 이에 미측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순순히 응했다. 이어 21일 오후10시 우리측이 다시 "양국 장관의 통화를 언제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미측 실무자는 "내일 하자"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튿날 갑작스레 미국 측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미 양측이 합의한 22일 오전에 우리측이 다시 전화를 걸자 미측은 "한미 합창의장간에 이미 전화통화를 했는데 굳이 장관들이 다시 전화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딴지를 걸었다. 22일은 주말이어서 카터 장관의 일정을 잡기가 곤란하다는 말투였다.

실제 22일 오전7시 최윤희 합참의장은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한미 국방장관간이 통화하기로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전이다. 양측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한미 양국의 공동대응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실무자급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었다. 하지만 국방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머쓱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7일 "한미 양국이 확고한 동맹관계에 있지만 국방장관간에도 엄밀히 룰이 있고 상호간에 섣불리 아쉬운 전화를 하지는 않는다"며 "장관이 아니라 실무차원의 조율과정에서 무산된 사안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보 당국 관계자는 "카터 장관은 전화통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한 장관만 공연히 의욕을 보인 꼴이 됐다"고 전했다. 더구나 22일 오후 남북 고위급접촉이 시작되면서 한미 국방장관간의 통화시도는 부질없는 일이 됐다. 당시 국방부는 "고위급접촉 사실을 청와대 발표 직전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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