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소주·맥주값 오른다 VS 안 오른다

김용태 기자 2015. 9. 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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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네 수퍼마켓에 빈 병 가져다주고 병 당 몇 십원씩 받은 기억 없으신가요? 꽤 모아서 반환하면, 아이스크림 정도는 사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빈 병은 재활용 분류하는 곳에 그냥 내놓는 게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갖다 줘봐야 얼마 못받기 때문이겠죠.

정부가 22년만에 빈 병 보증금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이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 오릅니다. 내년 1월 21일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이렇게 보증금을 올리면 회수가 더 많이 되고 재활용도 잘 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현재 아파트 단지 등에서 공동 수거되는 빈 병은 보관, 운반 과정에서 파손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의 직접 반환을 늘려 깨끗한 빈 병을 회수하겠다는 취집니다. 

그런데 이 방안이 발표되자 주류업계가 즉각 반발했습니다. 정책 효과는 불분명하고, 소주, 맥주가격만 10%씩 오를 것이란 주장입니다. 현재 출고가 기준 약 1,000원인 소주는 1,100정도 되고, 1,130원인 맥주는 1,240원이 될 거란 설명입니다. 정부는 그건 주류협회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실효성, 즉 보증금을 올려 빈 병 재활용이 더 잘고 안 되고는 나중 문제고 당장 소주, 맥주 값이 오른다는 말에 우선 관심이 갑니다. 술 값 오르면 안 마시면 그만이지만, 어디 말처럼 쉽겠습니까? 과연 술 값이 오를지 안 오를지, 오르면 얼마나 오를지 정부와 주류협회의 주장을 하나 하나 따져보겠습니다.

● 빈 병 보증금 인상 문제

소주를 예로들어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소주 가격이 1,000원이라면 보증금이 60원(40원->100원) 오르기 때문에1,060원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정부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현재 1,000원에 산 소주를 마시고, 빈병을 가져다주면 40원 받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은 960원이다. 앞으로 1,060이 되도, 빈 병 반환하면 100원 돌려받기 때문에소비자 부담은 960원으로 똑같다'는 겁니다. 보증금이 100원 정도 되면 반환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섞인 겁니다.

반면 주류 업계는 100원 된다고 귀찮게 소매점까지 빈 병 들고가 환급받는 사람이 얼마나 늘겠냐는 것입니다. 결국 1,000원짜리 소주가 1060원이 되는 꼴이라는 얘깁니다. 주류협회가 소비자 주머니 사정만 걱정해서 반발하는 것은 아니겠죠. 진짜 논란은 취급 수수료를 둘러싸고 벌어집니다.

● 취급 수수료

빈 병 보증금과 함께 취급 수수료도 인상됐습니다. 취급 수수료는 도매상 또는 소매상이 빈 병을 회수하는데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주류업체가 부담하죠. 이 취급 수수료가 소주의 경우 16에서 33원으로 17원 올랐습니다. (맥주는 19원에서 33원으로 14원 올랐습니다.) 소주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소주값이 1,060원이 되는 상황까지는 이해되셨죠? 주류협회는 여기에다 취급 수수료 인상분 17원과 이에 따른 세금 19원을 더해 36원을 더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술에는 원래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붙습니다. 원가의 약 2.1배가 세금입니다. 단 빈 병 보증금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즉 주류업계의 주장은 1,060원에 36원을 더해 1.096원 해서 대략 1,100원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취급수수료가 오르면 주류업계 부담이 커지니 당연히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정부의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취급 수수료 인상에 따라 제조사 부담액이 연간 125억 원 느는 건 사실이지만, 보증금 인상으로 빈 병 재사용률이 높아질 것이고, 그렴 새로 병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연간 451억을 아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즉 취급 수수료 인상으로 드는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이 생긴다는 겁니다.  정부는 이 취급 수수료 인상액을 소주값에 반영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제조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감당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 그럼 가격은?

정부가 뭐라 하든 말든 비용이 커졌으니 가격을 올리고 싶지만 주류업계에선 그럴 수 없습니다. 소주, 맥주 가격은 물가관리 대상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사와 정부가 협의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주류업계에선 대응논리를 만들어서 정부에 어필하고 있는 겁니다. 내년 1월까지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빈 병 보증금과 취습 수수료 올랐다고 식당에서 3천원하던 소주가 4천 원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용태 기자ta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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