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월드줌人] 하늘로 돌아갈 우리 천사, 신은 정말 있나요?

김동환 2015. 9. 5. 14: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에리카 존스는 임신 30주쯤 됐을 무렵인 지난 6월, 병원에서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태어날 날만을 기다리는 뱃속 아기에게 뇌종양이 있다는 초음파 검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의사들은 최악의 경우까지 준비하라고 했어요. 그들의 예상은 가장 나쁜 경우를 향하고 있었죠.” 의사들은 에리카에게 아기가 세상빛을 보기 전에 뱃속에서 죽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기 만날 날을 기다리는 임산부에게 가장 잔인한 진단이었다.

안 좋은 소식이 또 하나 날아들었다. 뱃속 아기에게 의료진은 다운증후군 진단을 내렸다. 하늘은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줬는가. 에리카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우 슬펐지만 에리카와 그의 남편 스테픈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슬픈 얼굴을 보여주는 건 좋지 않다고 이들은 생각했다.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이 두 사람의 가슴에 어느새 가득 찼다.

에리카는 “딸을 잃기 싫었다”며 “‘미안해요, 우리를 위해 울어주세요’라고 신께 기도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최악의 경우를 준비했다”며 “딸이 태어난다면 얼마나 살지 몰라도 세상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의미 있는 인생이 되도록 해주자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에리카 부부의 딸 아비가일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에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 예정일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더 방치했다가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료진의 판단 때문이다.

수술을 마친 의료진은 아비가일이 태어나자마자 죽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아기는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에리카 부부에게는 두 살 난 딸 오드리도 있다.

에리카 부부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친구 매리에게 아비가일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을 사진으로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면서도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한다.

 

잠자는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뭔가를 간절히 기도하는 에리카, 침대에 누워 동생에게 팔베개를 해주는 오드리의 사진 등은 보는 이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아비가일에게 입 맞추는 스테픈의 사진은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머리띠를 하고 곤히 잠든 아비가일을 보노라면 하늘의 천사가 내려온 듯한 느낌까지 든다.

아비가일은 현재 가족들과 집에서 머물고 있다. 원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 항암치료가 자칫 딸을 죽일 수 있다는 말에 에리카 부부는 아비가일을 집으로 데려왔다. 아비가일의 상태가 날로 나빠지지만, 가족 품에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부부의 생각이다.

“우리 딸이 병원의 딱딱한 플라스틱 상자에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기를 원치 않아요. 우리 가족의 품, 그리고 집이 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이어야 해요. 가족의 사랑과 따뜻한 품 안에서 말이에요.”

두 사람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슬프게도 우리 딸의 남은 인생이 몇 주 혹은 몇 달밖에 되지 않는 걸 알아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을 깨달을 때면 가슴이 무너져요. 만약 정말로 신이 있다면, 우리 딸이 낫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동환 기자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ABC 뉴스 홈페이지 캡처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