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광복 70년, '영웅' 도마를 만나다

김지성 기자 2015. 9. 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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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언론 교류 참관기①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으로 일주일간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베이징(北京), 선양(瀋陽) 그리고 다롄(大連). 다롄은 랴오닝성(遼寧省) 랴오둥(遼東)반도 남단부에 있는 도시로 한반도와 가깝습니다. 아름다운 해변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한반도 만큼이나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곳입니다. 청일전쟁 후 러시아의 조차지였다가, 러일전쟁 이후엔 일본이 이 곳을 차지했습니다. 러일전쟁의 전장(戰場)이기도 했습니다. 이 곳에 러시아와 일본 문화가 공존하는 이유입니다.

다롄에서 뤼순감옥을 둘러봤습니다. 당초 일정에는 없었지만 한국 기자단의 '갑작스런' 요청을 다롄시 측에서 받아들인 것입니다. 다롄만 근처에서 서쪽으로 1시간 반, 70년대 우리나라 길과 비슷한, 때로는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가니 뤼순감옥이 나타났습니다. 공식 명칭은 '旅順日俄監獄'. 여기서 '日'은 일본을, '俄'는 러시아를 뜻합니다. 러시아가 짓기 시작해 일본이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중국 정부로부터 박물관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관람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 日, 항복 선언 이후에도 사형 집행

일행을 맞은 사람은 한국어를 하는 안내인이었습니다. 서툰 한국어 실력이긴 하지만, 낯선 땅에서, 그 옛날 일본어와 중국어만 사용됐을 이 곳에서 한국어로 설명듣는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감옥은 2천여 명을 동시에 수감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당시 중국인, 한국인을 비롯해 7개 나라 국민이 수감됐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감옥 규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자'와 '반항, 투쟁을 하는 자'는 암방(暗房)에 수감됐습니다. 암방은 2.4㎡ 크기로, 창문도 불빛도 없습니다. 간수가 감옥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조그마한 구멍이 있을 뿐입니다. 당연히 안에선 한 치 앞도 안 보였다고 합니다.

수감자들에게는 하루에 한 끼만 제공됐는데, 그것도 작업량이나 말을 잘 듣는 정도에 따라 7등급으로 나누어 밥의 양을 다르게 지급했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사형을 당한 수감자의 수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안내판에는 "헤아릴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1942년부터 1945년 8월까지만 700여 명이 사형당했다고 합니다. 일본은 1945년 8월 16일, 항복을 선포한 이튿날 공산당원 유봉천과 하한청, 그리고 다른 3명의 항일 지사를 사형시켰다고 합니다.

● 周恩來 "일본 제국주의 반대 투쟁은 안중근 의사에서 시작"

이 곳은 도마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26일 3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144일을 머물렀던 곳입니다. 안 의사의 흔적은 곳곳에 '특별하게' 모셔져 있습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체포돼 11월 3일 이 곳으로 압송됐습니다. 안 의사는 일본의 '국사범(國事犯)'으로 분류돼 간수부장 당직실 옆에 따로 구금됐습니다.

뤼순감옥 한 켠에는 안중근 의사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당시 수많은 중국인이 수감됐겠지만, 뤼순감옥은 철저히 안중근 의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 쑨원(孫文)과 중국의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안중근 의사를 평가한 글도 전시돼 있습니다.

1910년 2월 14일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안 의사가 쓴 유언과 어머님 전상서도 기록돼 있습니다. 안 의사는 유언에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함께 동행한 다롄시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안중근 의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영웅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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