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입소문-유행에 민감.. 대구, 온 가족이 한단지에 모여 살기 원해"

2015. 9. 5.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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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상담사들이 말하는 '지역별 부동산시장 특성'
[동아일보]
부산에 사는 주부 A 씨(32)는 누적 방문자 100만 명이 넘는 블로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의 블로그에 두 달 뒤 삼성물산이 분양하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 ‘래미안 장전’ 아파트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이틀 만에 부산 경남 지역 누리꾼 50여 명이 댓글을 달며 관심을 보였다. 분양 넉 달 전부터 A 씨와 같은 ‘아파트 앰배서더(홍보대사)’ 150여 명이 인터넷 등에서 홍보에 나선 결과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6.2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됐다.

치열한 분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이 지역 고객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분양시장의 특성이 지방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아파트 분양 마케팅에도 각 지역 아파트 계약자들의 특성이 고려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부산 지역 고객의 키워드는 ‘입소문’.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문화나 트렌드에 개방적인 부산 지역 수요자들은 ‘카더라’ 식의 소문에 민감하다는 게 분양업계의 얘기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분양 소식을 알리는 것이 부산 분양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의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청약 2개월 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회원제 홈페이지를 열었다. 분양이 시작되기도 전에 8000여 명의 우수 고객이 회원으로 가입해 아파트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아파트의 분양 관계자는 “충성 고객층인 회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90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고 전했다.

유교적 가치와 전통을 중시하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친인척 마케팅’의 효과가 크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가족들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 친인척의 권유로 아파트를 계약하는 수요자가 많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미분양으로 고생했던 대구 B아파트의 분양대행사는 다른 계약자를 데려오면 100만∼200만 원의 소개비를 지급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이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친척이나 지인의 소개로 본보기집을 방문한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이라며 “아파트 계약자 중 절반 이상이 먼저 청약한 친지의 소개로 계약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건설사들이 수십 년간 한 동네에 살아온 주부들로 홍보단 등을 구성해 동네 민심을 공략하는 ‘인맥 마케팅’을 중시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남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주부들의 영향력이 크다”며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는 이웃들이 함께 청약에 나서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중흥건설, 호반건설과 같은 토종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도 이 지역의 특징으로 꼽힌다.

건설사들의 분양 마케팅이 잘 먹히지 않는 지역도 있다. 충청 지역이 대표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본보기집을 여러 번 방문하며 신중하게 계약하는 게 충청권 수요자의 특징”이라며 “친척이나 지인, 온라인 마케팅 등으로 청약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워 높은 경쟁률로 모두 분양되는 ‘완판’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파트와 같은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정보원을 찾기 마련”이라며 “건설사들이 지역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고 가장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을 선택하는 식의 ‘시장 세분화 전략’에 매달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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