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 종말 눈앞..'휘청대는' 인터넷 强國

성연광 기자 2015. 9. 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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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X·NPAPI·플래시 등 플러그인 퇴출 '러시'..韓 인터넷 서비스 재정립 시급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액티브X·NPAPI·플래시 등 플러그인 퇴출 '러시'…韓 인터넷 서비스 재정립 시급]

플러그인(Plug-in) 시대의 종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브X'를 없앤 차기 웹브라우저 '엣지'를 출시한데 이어 구글도 1일 'NPAPI' 기술을 지원하지 않는 크롬 웹브라우저(45버전)을 내놨다. 또 다른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 역시 NPAPI 기술지원을 중단키로 예고된 상태다. 주요 웹브라우저 개발사들의 '어도비 플래시' 퇴출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플러그인, 인터넷 비약 발전 '거름'→'공공의 적'

'플러그인'이란 웹브라우저에서 멀티미디어를 재생하거나 결제, 인증, 보안 등 각종 기능을 동작하도록 해주는 별도 프로그램을 말한다. 과거 텍스트와 이미지 위주의 웹 환경에서 동영상을 보거나 각종 서비스를 위해서는 웹브라우저의 성능을 보완할 프로그램이 절실했다.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액티브X'와 구글 등이 탑재한 'NPAPI', 어도비사의 '플래시' 등이 그래서 나왔다.

현재 역동적이고 화려한 웹사이트나 인터넷뱅킹, 전자민원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들이 구현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플러그인 덕분이다. 인터넷 서비스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요소 기술이었던 셈.

그러나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작년 10월 차세대 웹표준(HTML5)가 정식 확정되면서부터다. HTML5는 각종 플러그인 없이도 웹사이트에서 직접 멀티미디어나 게임 등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웹기술이다. 그동안 서로 다른 비표준 기술이 온갖 사이버 공간에 난립하면서 표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왔던 것.

무엇보다 플러그인 기술 자체의 보안 취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커들이 온라인을 통해 사용자들의 PC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주된 통로로 악용됐던 것. 매년 수십 건의 취약점이 발견돼 개발사들이 보안 패치에 나서야 했다. PC에 깔리는 플로그인 기반의 프로그램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용자들이 일일이 보안패치를 받기도 쉽지 않다.

지난 7월 해킹 프로그램 개발사인 이탈리아 '해킹팀' 기밀 유출 사태는 플러그인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각인시켜준 대표적 사례다. 각국 정보기관들이 악성코드를 타깃에 심는데 '플래시' 프로그램의 알려지지 않은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왔던 사실이 폭로됐다. 사건이 터진 뒤 페이스북 앨릭스 스태모스 최고보안책임자(CSO)는 "어도비가 플래시의 수명 종료 날짜를 발표해야 할 때"라며 플래시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이후 '파이어폭스'와 '크롬' 등 주요 웹브라우저 개발사들도 플래시 지원을 중단하거나 제한했다. 야후와 에드서버, 아마존 등도 플래시 광고 중단을 선언한 상태.

인터넷 서비스와 PC 시스템간의 통로를 차단해 보다 안전한 인터넷 사용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글로벌 IT기업들이 내세운 '플러그인' 퇴출 명분이다. 일각에서는 PC에서 모바일로 인터넷 서비스 주 무대가 바뀌면서 통합 웹 브라우저 시장에 선제 대응하고, 플래시 등 관련 기술업체들의 광고 사업 견제 등 산업적 이해관계가 뒤섞여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 강국'에 숨은 '플러그인'…"韓 인터넷 체계 환골탈태해야"

'탈(脫) 플러그인'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 '윈도 10'과 '엣지'를 출시한 MS가 '액티브X'를 지원하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 11버전을 동시 탑재했지만, 향후 MS의 액티브X 기술 지원 중단은 예고된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NPAPI'와 '플래시' 역시 글로벌 IT기업들의 퇴출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탈 플로그인' 바람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곳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이다. 인터넷 포털, 게임 시장의 치열했던 15년 역사는 플러그인 도배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하느냐에 따라 흥망이 갈렸다. 인터넷뱅킹과 전자민원 서비스 등 정부 주도의 정보화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뱅킹, 전자정부 서비스가 발달한 나라'라는 칭송도 받았지만, 결국 '액티브X' 등 플러그인에 국가 기간 인터넷 서비스가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MS, 구글 등 주요 웹브라우저 제조사들의 잇단 '플러그인' 기술지원 중단에 인터넷뱅킹, 전자민원 서비스 이용자들의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하지만 대체 기술 개발과 도입 속도는 더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3일 발표한 '플러그인 대응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NPAPI' 지원중단에 따라 서비스 개선대책이 100곳 중 28곳에 달했다. '액티브X'가 없는 MS '엣지' 브라우저는 고사하고 'IE 11'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곳도 13곳에 달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금융권을 포함한 국내 주요 웹사이트 사업자들도 웹표준(HTML5) 시대에 맞게끔 서비스 모델을 완전히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다급하다보니 실행파일(.exe) 방식의 임시 대체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웹표준에 맞게 서비스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 한, 웹브라우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혼선과 비용유발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연광 기자 sain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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