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견 나눔센터' 24시 .. 견생역전 유기견, 장애인 도우미로 거듭나다

조혜경.조문규 2015. 9. 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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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테스트 통과한 유기견만 입소사람 피하거나 으르렁대면 탈락도우미견은 2년, 반려견은 한 달 과정

훈련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말끔하게 털을 깎은 스물여섯 마리의 키 작은 개들이 일제히 폴짝 폴짝 제자리 뛰기를 시작한다. 찾아온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더 눈을 맞춰 사랑을 받으려는 필사의(?) 몸짓이다. 손을 내미니 혀로 핥고 머리를 비빈다. 어떤 개들은 앞발로 손바닥을 긁으며 ‘안아달라’는 표시를 한다. 두 살 난 갈색 ‘토이푸들’(인공 교배로 몸집을 작게 만든 푸들의 일종) 아롱이를 번쩍 들어 안았다. 아롱이가 내 어깨에 고개를 폭~ 파묻는 애교를 선보인다. 지난 2일 찾은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의 풍경이다.

 이곳 견공들은 여느 동물병원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애완견 못지않게 밝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한 번 이상 버려짐의 아픔을 겪은 ‘유기견’들이다. 이날 아롱이가 있던 훈련실 등 3곳의 훈련실 겸 견사에서 55마리의 유기견들이 꽃단장을 하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경기도 화성 쌍송리에 위치한 3600㎡ 규모 나눔센터는 2013년 3월 문을 열었다. 버려진 유기견을 데려다 미용·치료·훈련을 시켜 일반 가정 반려견이나 장애인이나 동물치료 매개 등의 도우미견으로 재분양한다. 일단 나눔센터에 입소한 개들은 한 달간 훈련을 받아야 입양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센터 책임자인 여운창(54) 팀장과 남영희(47·여)씨 등 2명의 수의사와 장봉덕(31)·송민수(32·여)·경지윤(21·여)씨 등 3명의 훈련사가 근무한다. 3년째 이곳에서 일하는 남영희 수의사의 말이다.

 “보통 ‘유기견’ 하면 잔뜩 헝클어진 털에 울적한 표정을 가진 개들을 떠올리잖아요. 상처가 많은 개들은 사람이 다가가면 으르렁거리면서 물려고도 하고요. 그러니까 동물보호소에 유기견을 입양하러 갔다가도 놀라 포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여차저차 입양을 해도 사람을 무서워해 입양 가정에선 당혹스러워 하기도 하죠. 하지만 나눔센터에서 분양된 유기견들은 다릅니다.”

 사람에게 버려지고 상처받았던 개들이 어떻게 이리 밝아진 걸까. 나눔센터 직원들은 “센터만의 특별한 유기견 관리 시스템 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환골탈태의 과정을 이날 들여다봤다.

  오전 9시. 도우미견 나눔센터의 하루가 시작된다. 3명의 훈련사가 유기견들의 견사로 향한다. 이들은 각각 20마리씩을 나눠 관리한다. 일단 쓰레받기로 변을 걷어내고 오물로 찬 배변판을 호스로 씻어낸다. 2~3시간마다 이 작업을 반복한다. 훈련사들은 배변 칸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배변을 잘한 개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경지윤 훈련사가 오랜만에 배변 훈련에 성공한 세 살짜리 암컷 믹스견 방글이의 턱을 긁는다. “방글이, 잘했어!”

 오전 10시30분. 새 식구를 데려오기 위해 경기도 내 유기견들 목록이 나와 있는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 접속한다. 여운창 팀장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한다.

 “아무래도 아파트에서 개를 키워야 하다 보니 소형견 위주로 데려올 수밖에 없죠. 또 대형견 중 진돗개는 평생 한 주인만 따르기 때문에 입양이 어려워요. 몰티즈, 시추, 푸들. 가장 많이 버려지고 또 저희가 가장 많이 데려오는 견종이에요.”

 리스트를 만든 후엔 5명이 돌아가며 경기도 내 26곳의 유기동물 보호소로 향한다. 통상 100여 마리 정도로 가장 많은 유기견이 있는 경기도 양주 보호소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도착 후엔 ‘리스트 검증 타임’이다.

 이날 동행한 장봉덕 훈련사가 견사를 돌며 손으로 개들을 쓰다듬어 본다. 사람을 지나치게 피하거나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등 공격성을 드러내면 탈락이다. 핸드폰 알람을 켜 소리에 반응하는지도 살핀다. 하얀 믹스견 하나가 쪼르르 다가와 귀를 쫑긋대며 짖는다.

 “일종의 관심 표시죠. 귀를 다쳤거나 소리에 둔감하면 장애인 도우미견 훈련을 받을 수가 없어요.”

 이 녀석은 합격이다. 이렇게 총 15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나눔센터로 가는 차에 오를 수 있다. 적게는 네댓 마리, 많게는 열 마리까지 데려간다. 이날은 총 네 마리를 데려왔다.

 오후 4시. ‘신참 유기견’들이 센터로 돌아와 가장 먼저 밟는 코스는 미용이다. 남영희 수의사 주도로 경지윤 훈련사가 헝클어지고 엉킨 털을 빗은 뒤 얼굴과 몸이 보이도록 말끔하게 자른다. 뒤이어 예방 접종. 홍역, 전염성 간염, 렙토스피라, 파보 바이러스 장염, 파라인플루엔자 등 다섯 종이다. 잔뜩 겁먹은 표정의 시추 하나가 끙끙거리며 치료대에 오른다. “손과 팔로 강아지의 발을 안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잡아 끌어안으면 얌전해져요. 그때에 맞춰 주사를 놓아야 해요.” 경지윤 훈련사의 설명이다.

 이 시각 실내 훈련실에선 송민수 장애인보조견 훈련사가 믹스견 ‘가을이’를 상대로 청각장애인 보조 훈련을 진행했다. 송 훈련사가 벨을 눌러 ‘띵동’ 하는 초인종 소리를 내자 하늘이가 잽싸게 달려와 앉아 있는 송 훈련사의 다리를 긁는다.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보이자 송 훈련사를 쳐다보며 소리가 난 문 쪽으로 안내한다.

 “소리가 난 걸 알려주는 거예요. 손가락을 흔들면 ‘그 장소로 데려가 줘’라는 신호죠.” 장애인 도우미견 훈련을 받는 데 필요한 시간은 총 2년. 70%가 넘는 개들이 훈련 여섯달 차쯤 시행하는 1차 테스트에서 탈락한다. 가을이는 2년의 훈련 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후 5시. 하루 중 유일한 식사 시간이다. 경 훈련사가 견사의 밥그릇마다 콩알 크기의 사료들을 채워넣는다. 견사 앞 이름표엔 ‘아롱이: 3분의 2컵’처럼 적정량이 써 있다. 하루 두 번씩 사료를 주는 곳도 있지만 여긴 다르다. “훈련을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식사는 한 번으로 제한했어요. 대신 각종 훈련을 잘 따라오면 간식과 사료를 그때그때 더 주죠.” 하루가 빠듯하게 돌아가 직원들은 쉴 틈이 별로 없다. 주말에도 돌아가며 당직을 선다.

 나눔센터에선 지난 7월 한 달간 24마리의 유기견에게 새 주인을 찾아줬다. 개소 후 3년간 입양 보낸 유기견은 모두 155마리. 입양 후엔 한 달간 전화로 근황을 묻고 치료가 필요하면 센터로 데려와 돌보는 등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도 한다. 일반 유기견보호소의 파양률이 40%에 달하는 데 비해 나눔센터는 8%로 낮다. 경기도에 따르면 한해 평균 도내 발생 유기견 수는 1만5000여 마리이고 이 중 5000여 마리가 안락사된다.

나눔센터는 또 다른 미래를 준비 중이다. 여운창 팀장의 말이다. “저는 본래 구제·방역을 담당하던 수의사였어요. 3년 전 센터를 맡으며 ‘도대체 왜 반려견을 버릴까’ 생각했죠. 아직 우리나라엔 개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없는 것도 원인입니다. 센터 옆에 반려동물문화원(가칭)을 열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화성=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S BOX] 버려지는 반려동물 월 6700여 마리 … 여름철엔 8000마리 넘어

지난달 4일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경기도 용인 야산에 생매장됐다가 인근 주민들의 구조로 흙 밖으로 나온 몰티즈의 사진이었다. 몰티즈를 발견한 주민을 비롯해 분노한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라 경찰에선 동물 학대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생매장의 ‘범인’은 관할 소방대원이었으나 학대는 아니었다. 개 주인이 몰티즈를 지인에게 맡겼는데 개가 줄을 끊고 도망갔다. 유기견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이 출동하자 몰티즈가 피하다 차에 치였다. 소방대원은 개가 죽은 것으로 판단해 포대에 담아 인근 야산에 묻었던 것이다. 동물단체들은 “유기동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소방서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 구조를 전담해 발생한 비극”이라고 비난했다.

 매년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고 있으나 한 해 버려지는 동물도 8만여 마리(지난해 기준)에 육박한다.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에 따르면 월평균 6700여 마리인 유기동물 수는 여름철엔 8000여 마리까지 늘어난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 유기동물을 제때 구조해 생명을 건지기 위해선 일원화된 출동체계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관할 지자체에 동물 구조와 보호를 전담하는 전문 공무원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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