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외갓집이 베트남인데.. 넌 어디니?"

김신성 기자 입력 2015. 9. 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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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 글·그림/책고래/1만2000원
안녕, 존/정림 글·그림/책고래/1만2000원

방학을 맞아 할머니 집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 담긴 맑은 그림책이다. 아이가 그린 듯 크레용으로 쓱쓱 그린 그림과 대비되는 색연필 그림은 두 개의 시선으로 책을 보게 한다. 베트남 전통모자를 쓴 할머니의 모습이 나오기 전까지 주인공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란 것을 알 수는 없다. 친구 ‘존’이 사람이 아니라 베트남에 있는 외갓집 개라는 것도 한 걸음 더 나아가야 알 수 있다. 아마도 ‘편견’은 이런 것이 아닐까.

첫 장을 펼치면, 들뜬 마음에 고사리 손으로 써 내려간 아이의 글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이는 삐뚤빼뚤 쓴 글씨를 자랑하고, 엄마 몰래 친구에게 줄 선물을 챙기고, 만나면 뭘 하고 놀지 계획을 세워 놓았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림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많은 것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한다. 엄마의 고향이 베트남인가 봐, 외갓집의 개 ‘존’이 얼마나 컸는지 궁금한가 봐, 짐이 자꾸 늘어나는 걸 보니 엄마도 엄마의 엄마가 무척 보고 싶고 그리운가 봐, 언젠가 할머니 마을의 형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나 봐, 바로 그때 ‘존’이 그들을 쫓아버렸나 봐….

그런데 아이는 왜 친구가 아닌 개에게 편지를 쓰는 걸까. 담담하게 쓰인 책은 우리에게 나직히 묻는다. ‘다름’이 무엇이냐고. 2050년이면 다문화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에 이른다.(국토연구원 ‘그랜드비전 2050 연구보고서’ 추산) 유럽이나 세계의 여러 나라처럼 우리나라도 이제 다양한 문화의 친구들을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문화가정’은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도 방학을 맞아 외갓집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 어린이들과 똑같은 마음일 뿐이다. 피부색이나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외톨이가 된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세상에 나온 그림책이다. 아울러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쓰여졌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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