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백상진] 뭔가 찜찜한 금융지주 회장님들의 연봉반납

입력 2015. 9. 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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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연봉을 반납해 일자리 창출에 쓰겠다고 공동발표문을 낸 건 뭔가 찜찜하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 3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연봉 30% 반납을 밝힌 데 이어 4일에는 성세환 BNK금융 회장, 박인규 DGB금융 회장, 김한 JB금융 회장이 연봉 20%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공동발표 형식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자와 임원들도 반납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내용까지 일사불란하다.

하지만 이런 일사불란함은 금융권이 여전히 ‘관(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농협금융도 ‘억지 춘향’처럼 동참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보험 등 타 업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봉 반납과 관련해 “청년 실업이 문제인 상황에서 훌륭한 일이지만 업계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자리가 느는 건 고용절벽에 처한 청년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금융 회장들이 반납한 재원으로 마련된 일자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당장 몇 년은 일자리가 는다 해도 경제성장 없는 일자리 확대는 ‘쇼’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봉 반납이 호봉제 중심인 은행권 임금체계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해 경쟁력 낮은 고임금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 노동계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두고 금융권도 갈등의 한복판에 들어온 셈이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권 수장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연봉을 반납한다는 메시지는 그간 ‘보신주의’로 질책 받았던 금융권 이미지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정부당국이 감당해야 할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를 금융권 ‘팔 비틀기’로 열어 보이려는 생각은 구태에 가깝다.

백상진 경제부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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