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삽질' 생태하천, 시작부터 잘못

김기범 기자 2015. 9. 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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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정책처, 환경부·국토부 자료 분석

▲예비타당성 조사 ‘복원 찬성’으로 왜곡…경제성도 부풀려

하천 자생력만 떨어지고 예산 낭비…“근본적 재검토 필요”

국토교통부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왜곡하고, 사업 경제성을 2~4배가량 부풀렸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나왔다.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설계·추진 과정에 하자가 있고, 사후관리에도 지속적으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환경부·국토부가 추진해온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추진 실적과 예비타당성 조사 내용을 분석하고, 현재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국토부의 4대강 사업·지방하천 정비사업에 포함돼 있는 생태하천조성사업과 ‘고향의 강’ 조성사업, 환경부가 각 지자체를 지원해 실시한 생태하천복원사업 등이 포함됐다.

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보면, 국토부는 8개 생태하천조성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이 사업을 위해 추가로 세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는 설문조사(1000가구) 항목 결과를 왜곡하는 방법으로 사업의 편익을 부풀렸다.

예산정책처는 “추가로 세금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응답자 비중이 평균 60.1%였으나, 국토부는 ‘이미 납부한 세금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판단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져 있지 않다’고 답변한 응답자들을 설문에 저항하거나 거부한 경우로 간주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국토부 발표에서 지불 의사가 있는 응답자 비율은 39.2%에서 절반이 넘는 59.1%로 증가했고, 지불 의사가 없는 응답자는 60.1%에서 39.8%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지불 거부자의 일부를 제외하고 분석한 탓에 시민들이 평가한 생태하천복원사업의 편익이 2~4배가량 과대추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국토부의 생태하천조성사업에서 하천을 직강화하고, 강바닥을 준설하고, 대형 보를 건설한 후에 녹조 증가와 사후관리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생태하천조성사업에 1조7319억원을 투입했으며, 지방하천 정비사업상의 생태하천조성사업과 고향의 강 사업 등에는 모두 2조9598억원을 투입했다.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에 대해서는 자생적인 하천생태계를 복원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인력과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하천생태계 복원에 역행하며 시설물 활용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4대강 사업의 생태하천조성사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4대강의 경관과 생태계를 자연 하천의 원형으로 복원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기획재정부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편익을 과대추정한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비타당성 조사의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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