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향기에서 소리까지, 오감 잡는 '뉴로 마케팅'

장성호 윤성철 2015. 9. 4. 20: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있는데요. 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죠.

그런가 하면 스포츠카의 엔진음은 당장이라도 운전대를 잡고 싶게 만듭니다.

모두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들인데요.

여기에다가 뇌과학을 적용시킨 이른바 뉴로 마케팅이라는 게 등장했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고 그 숨겨진 욕구를 파악해서 제품 개발에 활용한다는 건데요.

먼저 장성호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주부 송미경 씨는 샴푸나 섬유 세제를 고를 때 브랜드나 가격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향기가 우선 순위입니다.

[송미경/주부]
"성능은 거의 비슷하니깐 향이 좋고 오래가는 제품을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은은한 나무 향을 맡으며, 욕조에 발을 담급니다.

바로 옆에서는 향이 나는 촛불에 불을 켜 몸을 이완시킵니다.

한 병원이 만든 '아로마 테라피 병동'입니다.

약물 대신 꽃과 나무 향, 마사지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겁니다.

한 달 평균 2~3백여 명의 환자가 옵니다.

[황희진 교수/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어떤 향기가 자기 몸에 들어왔을 때 스트레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 증상들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향기 마케팅'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은 1천6백여 개 작은 병들, 모두 향수입니다.

이 연구소는 다양한 향수들을 섞어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 냅니다.

꼬박 한 달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호텔과 기업체 등 4백여 곳에서 주문이 밀렸습니다.

기업체는 나른함을 떨칠 수 있는 상큼한 레몬 향을, 호텔업계는 바다향 같은 휴양지 느낌의 향을 주로 선호합니다.

[이근순/업체 연구원]
"향이라는 게 기업의 이미지를 바꿔놓을 수 있고, 매장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맞춤형 향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박혜연]
"여기서 이제 뿌려보고 또 다른 향이랑 조합도 해보고, (저한테 맞는) 풍성한 향을 찾은 것 같아요."

국내 향기 제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만 2조 5천억 원입니다.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향기는 물론, 소리와 미각 같은 눈에 보이지 않은 오감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활발합니다.

이어서 윤성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990년대 후반, '소리 없이 강하다'는 문구를 내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한 자동차 광고입니다.

무음 처리된 화면으로 차량의 정숙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합니다.

하지만 천덕꾸러기였던 엔진음이 이제는 차량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소리 마케팅'입니다.

이 외제 스포츠카 업체는 작곡하듯 차량의 엔진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윤수미/수입차 업체 마케팅 이사]
"작곡가, 피아니스트 등 음악인들이 함께 악보를 그려가며, 정교한 엔진음 튜닝 작업을 통해…"

구매단계에서부터 실제 운전까지 운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섭니다.

쾌감과 성취감을 자극하는 고주파음, 안정감과 중후함을 느끼게 하는 저주파음이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배명진/숭실대 소리공학과 교수]
"오감을 풍요롭게 하면서 운전할 수 있도록 엔진음에서 중후하고 안정감 있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기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는 이 사람은 지금 뇌파를 측정하는 중입니다.

각국 관람객들의 '감성코드'를 찾는 건데, 실험 결과 일본인은 죽음 같은 장면에, 미국인은 액션 장면에 더 반응했습니다.

이렇게 나온 결과는 영화 수출입 과정에서 핵심 마케팅 정보로 활용됩니다.

무의식적, 비이성적 선택을 하는 인간의 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품 개발과 홍보에 반영하는 이른바 '뉴로 마케팅'입니다.

제과업계에서는 손에 묻어나 불쾌하게 여겨졌던 양념 부스러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큰 성공을 거뒀는데 이 과정에서도 역시 뇌파 분석을 동원했습니다.

[정연승/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새로운 기법을 가지고 촉각과 후각과, 미각까지 공략하는 마케팅 전쟁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보고 만지는 것에만 치중하던 마케팅 기법이 5감을 넘어 '뇌' 속의 작은 변화까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성철입니다.

(장성호 윤성철)

[저작권자(c) MBC (www.im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