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도자들, 난민 수용 놓고 '동상이몽'

2015. 9. 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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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일·프랑스 국가별 할당 추진에

헝가리 반대목청 정권강화 활용도

폴란드·슬로바키아는 '기독교도만'

영국 "시리아 현지난민 수천명 받겠다"

3일 서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유럽 난민 위기의 상징이 된 헝가리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 경찰들이 이 역에서 노숙하던 난민들에게 열차 탑승을 허용했다. 난민들은 아귀다툼을 벌이며 열차에 올랐다. 열차에 오른 난민들은 '독일, 독일'을 외쳤다. 희망과 안도감을 실은 열차는 서쪽을 향했다.

열차는 얼마 가지 않아 인근 비치케 역에 정차했다. 난민수용소 옆이다. 난민들은 자신들이 수용소에 수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아기를 껴안고 철로 위에 드러눕는 이들이 속출했다.

같은 시각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유럽에 도착하는 난민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독일이라며 "이건 유럽의 문제가 아니라 독일의 문제"라고 말했다. 헝가리가 난민을 받아들이는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럽연합 의장국인 룩셈부르크의 장 아셀보른 외무장관은 이날 밤 독일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오르반에 대해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난민 위기가 격화하면서 유럽연합 내부의 마찰음은 커져만 가고 있다.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 국가별로 난민들을 할당하는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연합 정상회의의 도날트 투스크 의장도 회원국 전체에 적어도 10만명의 난민이 배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애초 목표였던 4만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유럽연합의 여러 회원국 정부들은 이런 난민 수용 계획에 난색을 표하는 것을 넘어, 이 위기를 정권 입지 다지기에 활용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반이민 주장을 내세운 보수정당인 피데스당 출신의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기고에서 헝가리가 무슬림이 대부분인 망명 신청자들 때문에 유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유럽과 유럽 문화는 기독교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문제"라며, 종교·인종 갈등에 불을 지폈다. 헝가리 의회는 곧 국경통제 강화 및 이주자 수용소 증설,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투표를 앞두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의 난민 할당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는 기독교도 난민에 한해 소수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의 3대 강국이면서도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영국 정부는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세살 난 시리아 난민 아기의 사진이 불러온 여론의 압력에 갈팡질팡하다 시리아 현지 난민 수용 의사를 밝혔다. 난민 강제 할당에 반대하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시리아 난민 아기의 죽음에 "아버지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영국은 "도덕적 책임들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현지의 난민캠프에서 직접 난민 수천명을 영국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유럽에 발을 디딘 난민들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난민 문제에 관한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회의는 오는 14일 회원국들의 내무·법무장관 회의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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