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출판사 '공모'와 '문예지'로 작가 지배한다"

권영미 기자 2015. 9. 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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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손아람 등 젊은 작가들 문예계간지 '문학동네' 가을호서 '문학권력' 끝장 토론 '문단권력과 시스템의 문제' vs '작가자의식·작품생산력의 문제' 등 날선 논의 공방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대형 출판사들이 공모제와 문예지로 작가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손아람)

"문학 메이저 출판사들이 담합을 해서 자기들의 문학상 공모가 아닌 쪽 등단작가를 소외시켜왔습니다."(김도언)

문예 계간지 '문학동네' 2015년 가을호(84호)에 실린 좌담에서 손아람, 김도언 등 젊은 소설가들은 '표절'과 '문학권력' 문제에 대해 이처럼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문학권력 중 하나로 지목되며 비판받은 대형 출판사 문학동네가 지난달 5일 합정동에서 개최한 좌담에서다.

문단권력을 비판하는 이들은 문학상으로 신인 또는 중진작가를 발굴하거나 묶어두고, 이들의 책을 출간해 계간지로 '주례사 비평'을 해주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와 창비가 문단을 지배해왔다고 본다.

이번 좌담에선 이런 문학권력의 메카니즘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문학동네는 이들 4명의 젊은 소설가들의 좌담을 계간지에 가감없이 실으며 비판에 대한 수용의지를 보였다. 좌담 사회를 맡은 계간지 문학동네의 신형철 편집위원은 "문예지 편집위원들은 상업적 가치판단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관에 따라 작가를 추천한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문단의 구조를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의 이번 좌담에는 손아람, 장강명, 김도언, 이기호 등의 작가 네 명이 참여해 5시간동안 열띤 의견을 나눴다. 사회자는 "문제가 있으면 고치자는 것이 저희들의 일관적인 생각"이라면서 "좌담을 통해 제안된 것들을 실제로 반영할 생각"이라고 좌담 모두에서 밝혔다.

우선 손아람은 '공모전과 대형출판사 문예 계간지의 개혁'을 주장했다. 김도언은 이같은 주장을 더욱 세밀하게 뒷받침했다. 반면, 이기호는 '문단권력보다 문단 전체의 작품생산성이 떨어진 것이 더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장강명은 '문단권력에만 의존하는 작가 의식이 문제'라면서 '다른 매체를 통해 평론가가 아닌 독자에게 인정받는 식으로 작가로 설 수 있으며, (자신이) 그 실험을 하고 있다'는 다른 주장을 폈다.

손아람은 용산참사와 그 사건이 법정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다룬 영화 '소수의견'의 원작자다. 김도언은 '악취미들' 등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파헤친 문제작들을 썼다. 장강명은 '표백', '한국이 싫어서' 등으로 다수의 문학상을 석권했으며, 이기호는 '차남들의 세계사', '사과는 잘해요' 등 재기발랄한 소설작품들을 내놓은 작가다.

◇공모제와 문예지는 출판사 권력유지 수단 vs.대중성 높은 작품으로 극복 가능

공모전, 문예지, 편집위원 제도 등을 중심으로 토론한 이 좌담에서 문단권력 출판사를 비판하는 작가들은 공모제와 문예지가 출판사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대중성 높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길도 있다며 또 다른 제안을 제시하는 입장도 있었다.

손아람은 "출판사 공모전은 작가가 되는 길을 확장해 주기 위해 출판사가 마련한 것인데, 현실은 공모전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해야지만 작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거꾸로 문학의 관문을 좁혀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출판사들이 작가들을 지배할 수 있게 만드는 기제 두 가지가 공모제(문학상)와 문예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첫 소설을 내고난 뒤 문학동네에서 다음 소설을 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정작 만나니 '문학동네 소설상'에 다음 소설 원고를 내보라는 충고를 들었다는 경험을 얘기했다. 그는 '자신들의 매체에서 검증을 받아야 작가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대형출판사들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언은 "문학이든 영화든 미술이든 이미 제도화가 된 상태에서의 권력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그 권력이 교체되지 않고 어느 한 쪽이 계속 가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모제는 문단의 체계 안에서 문학 창작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분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룰과 패턴을 습득한 이들이 '동종 교배'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강명은 문학상이라는 제도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문학상이 문학성이라는 질서를 작가들에게 강요를 하고 대중성이라는 게 없는 점이 문제"라며 부분적으로 비판의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장강명, 이기호는 기존 공모제나 계간지 시스템의 개혁이 아니라도 한국문학의 현실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본 반면, 손아람은 "한 생태계에 절대적 우월종(문단 영향력이 큰 창비나 문학동네의 계간지와 문학상들)이 존재하는 한 다른 질서를 통해 다양성을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김도언 역시 "문학 메이저 출판사들이 의도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고의적으로 담합을 해서 자기들의 문학상 공모가 아닌 쪽에서 등단한 작가를 소외시켜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 때문에 상의 위상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문학의 다양성이 훼손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편집위원 문학관 따라 작가 추천 vs. 문단권력 메카니즘은 독자에 대한 '기만'

계간지 편집위원들이 소속 출판사에서 내놓는 단행본에 대해 '상업적 이유'로 과도하게 칭찬하는 이른바 '주례사비평'에 대한 토론과 해명도 이어졌다.

이기호는 칭찬하는 비평도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비평을 통해 그 책을 낸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단행본을 한 출판사에서 낸다는 것은 그 출판사에서 우리가 선택을 했다라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통과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런 이유로 인해서 이 사람의 책을 우리 출판사에서 냈다고 하는 하나의 근거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경우)그 시스템을 통해서 독자나 다른 작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출판사의) 의지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손아람은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대형 출판사 문예지들의 자체 공모전 혹은 책 출간 작가들의 선호현상을 꼬집었다. 그는 "지난 1~2 년 간 대형 문예지에서 언급한 작가 혹은 작품을 찾아봤더니 대부분이 자체 출판사 공모전에 당선 됐거나, 출판사에서 책을 낸 사람이었다"면서 "정확히 말해 창비에서는 20명 중 16명, 문학동네에서는 30명 중 28명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른 번 가운데 스물여덟 번을 문학동네 관련 작가에게 할애하면서, 절대로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작가이기 때문에 지면을 내줬다'고 말하진 않는다. 마치 이 작가의 작품이 비슷한 시기 출간된 다른 작품들보다 문학적으로 탁월하기 때문에 지면을 내줄 가치가 있다는 것처럼 포장을 한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건 기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신형철은 '비평은 사후가 아닌 사전에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판사의 경우는 편집위원이라는 사람들이 이미 책의 출간에 개입한다. (…)문학출판사들은 여하튼 좋은 작품을 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편집위원이라는 이들의 안목을 빌리려고 한다. 편집위원들은 상업적 가치판단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관에 따라 어떤 작가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집위원이 기획하는 문예지에 그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작가들이 많이 다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미 비평적 선택을 한 작가의 책을 출간했기 때문에 그 작가를 다시 한번 옹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계간지 '문학동네'가 옹호하는 작가들에 대한 비판도 실릴 필요가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신형철은 문예지 편집위원들이 일종의 '동인'으로서 같은 문학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아람은 "그런 주장이 정당화되려면 문예지가 독립잡지여야지, 출판사의 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매체를 동인지적 요소가 있다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장강명은 대형출판사들의 비평이 아닌 대안적이고 공론적인 비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징자본을 위해서 우리에게 맞는 사람을 발굴해서 책을 내고 그 사람에 대한 좋은 평을 써서 상징자본의 시장에서 우리 편을 늘려간다는 것에 대해 그것 자체는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여기에는 약간의 가식성이 있으며 '올해의 좋은 소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이렇게 객관적인 것처럼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 비평은 비평대로 하고 떨어진 공론의 비평행위가 필요하다"면서 공론의 비평행위를 '서평가'들과 새로운 서평 매체들이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작가 자의식 부족이 문제 vs.구조적인 문제

'작가들의 자부심과 자의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 '그것 역시 구조적인 문제'라는 입장이 맞섰다.

김도언은 "작가의식이라는 것이 갈수록 왜소화되고 있고, 나약해지고 있다. 예전에 9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당시 일급 작가들이 작은 출판사에서 과감하게 신작을 출판했다. 하지만 요즘 신인작가들을 보면 문학동네, 문지, 창비에서 책이 나오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는 그 원인을 개인이 아닌 문학권력에서 찾았다. 그는 "3대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되지 않으면 작가로서 생명이 끝난 줄 아는 작가의 이런 무의식과 공포가 형성되는 데 고의는 아니더라도 문학동네나 문지나 창비의 역할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강명 역시 "작가들의 자의식 부족이 더 문제"라고 동의했지만 "3대 메이저 출판사의 비평행위와는 다른 공론의 비평행위가 필요하다"고 다시 다른 대안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손아람은 하지만 "장강명 작가가 작가의 자의식 부족을 문제삼으면서도 자신은 공모전을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하면서 "현실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제도를 바꾸지 않고 제 2의 길, 제 3의 길을 만든다면, 누가 그길을 걷겠는가? 그길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겠는가?"라며 장강명의 대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후기에서도 '총성없는 전투'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론에서 첨예한 비판이 오갔지만 추가적으로 작가들이 제출한 '후기'에서도 '총성없는 전투'는 이어졌다. 문학동네 비판자들은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김도언은 "문학동네가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는 성숙하고 고결한 정신적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일단 비판이나 공격에 신경질적으로 맞서지 않을 때 증명된다.지금까지 문학동네의 선택은 다소 용렬하고 유난스러운 데가 있었고, 배제는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손아람은 “'어떻게 좋은 작품은 다 문학동네에서 나오는가'하고 작가가 되기 전에 독자로서 경이로운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작품들이 문학동네에 줄지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며 문학권력의 '독점'문제를 집요하게 지적했다.

반면 이기호는 "이런 논쟁들이 조금 ‘헛것’처럼 느껴진다. 진짜 한국 문학의 문제는 제도니 상업성이니 권력이니, 하는 것들에서 오는 것이 아닌, ‘작품’이 없는 것에서부터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강명은 ‘당(糖)이 떨어져서' 힘들었던 토론이었다'며 "2015년 이른바 ‘문학권력 논쟁’에, 당사자인 소설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직하게 기록해 둔다는 의미로 좌담에 참석했다"고 나름의 의미를 적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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