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전략적 협력 새 지평.. 남북관계 개선 지렛대 삼아야"

염유섭 2015. 9. 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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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과제' 전문가 진단
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대일 특별오찬을 하며 얘기하고 있다.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차 방중한 각국 정상 30여명 중 박 대통령만 유일하게 시 주석과 오찬을 함께했다.
베이징=서상배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9·3 전승절 외교’를 통해 한국은 중국과 외교·안보 분야의 전략적 협력까지 모색하는 새 지평을 열었으나, 넓어진 공간만큼 그것을 활용·관리하기 위한 과제도 동시에 주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외교 전문가들이 향후 한국외교의 과제로 한결같이 지목하는 것은 ‘전승절 외교’를 활용한 남북관계 개선이다.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한국이 동북아 외교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과)는 “남한과 북한, 한·중 간 분위기가 각각 좋고, 일본도 한국과 중국을 만날 예정이며 미·중, 한·미 정상도 만난다”며 “(이 분위기를 활용해서 우리 주도로) 남북관계를 풀고 미국이 반발하지 않는 조건 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내년 미국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점은 한국 주도의 남북관계 개선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더 이상 (대북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벌이기가 힘들다”며 “한국이 좋은 분위기를 이끌면 박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미국을 설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각국 정상 등과 함께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을 기념하는 군사퍼레이드를 참관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후진타오·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부부.
베이징=서상배 선임기자
특히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내세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미국도 반대하지 않고 중국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조를 하겠다고 했다”며 “박 대통령이 현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사이가 좋고 미국이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 어떻게 (미국의) 도움을 얻을지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방향이 명확해질 때 ‘전승절 외교’로 넓어진 외교적 공간을 활용해 중·일 등 주변국의 협조도 구체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체제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남북관계가 틀어지면 동북아의 외교지형이 다시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기존 진영 구도로 복귀돼 한국의 외교공간이 다시 좁아지며 ‘전승절 외교’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 협력이 자신들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면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감행해 다시 동북아 긴장수위가 높아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한국의 미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확대돼 중국이 안보에 위협을 느껴 한·중 협력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는 게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과)의 설명이다. 서 명예교수는 “한국 정부가 북한 붕괴론, 흡수통일론처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하고 대북관계에도 포용성 있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또 다른 주문사항은 한·중 관계 강화와는 별개로 우리 정부가 21세기에도 동북아에서 한·미 동맹을 굳건히 끌고 간다는 확신을 미국 정부에 줘야 한다는 점이다. 내달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전승절 참석이 기본적으로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은 “박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해 중국과 우호협력을 증진시켰지만 미국·일본과의 관계에서는 부담도 생겼다”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해 일본·중국과 협력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미국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본과 협력관계를 갖지 않고는 한·미 관계의 신뢰성이 연결되지 않는다”며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서라도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연내 한·일 정상회담 추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부)도 “이제는 미국과 중국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게 무의미하다”면서도 “여전히 한·미동맹이 우리의 핵심적인 외교자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평화라는 대목을 언급했지만 비핵화의 주체가 ‘북한’이라고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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