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학교서 의문의 가스 중독으로 300여명 입원
탈레반 등 여성교육 반대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 공격 의심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 주의 여학교에서 학생들이 잇따라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스에 중독돼 300여명이 입원했다.
당국은 단순 사고보다는 탈레반 등 여성의 교육을 반대하는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가능성을 의심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4일 파지와크아프간뉴스에 따르면 전날 헤라트 시의 바바지 학교에서 여학생과 교사 등 134명이 가스에 중독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피해학생들은 대부분 9∼18살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으며 어지럽고 구역질이 났다고 말했다.
입원한 학생 가운데 한명인 나지아는 "교실에 들어갔을 때 매우 강한 냄새를 맡았고 집에 돌아와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주 내 인질(Injil) 지역에 있는 여학교에서 유사한 가스 때문에 140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학교에서는 이틀 뒤 68명의 학생이 또다시 가스에 노출돼 병원으로 갔다.
정부는 학생들을 중독시킨 가스가 무엇인지, 어떻게 퍼졌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아실루딘 자미 헤라트 주 부지사는 "이번 사건이 의도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누구의 소행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주민과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 등 여성의 교육을 반대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소행일 것으로 주장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 정권을 차지했을 때 여성이 서구식으로 교육받는 것은 이슬람적이지 않다며 여성의 교육을 철저히 금지했다.
아프간에서는 최근까지도 이 같은 생각을 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여학생들에게 산성 용액을 뿌리는 테러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헤라트 주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남성 2명이 등교하던 여학생 3명에게 "학교에 다니는 벌"이라고 말하며 얼굴에 산성 용액을 뿌리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정부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딸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사키나 후사이니 헤라트 주의원은 "반군이 정부군에 대적하지 못하니 무고한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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