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미래부·안전처·혁신처..세종시 추가 이전 필요한가

강경민/임호범 입력 2015. 9. 4. 18:24 수정 2015. 9. 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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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민/임호범 기자 ]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등 세 개 신설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세종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나머지 행정기관 이전 절차를 마무리 짓는 것”이라며 행정자치부에 이전 고시 준비를 지시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제16조에는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자부 여성가족부 등 서울에 잔류하는 여섯 개 부처가 명시돼 있다. 나머지 부처의 이전은 행자부 고시로 확정된다. 추가 이전 대상 기관은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등 세 곳이다. 행자부는 부처 간 협의를 한 뒤 공청회를 거쳐 이전 기관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전 시기는 총선을 앞둔 내년 2월이 유력하다는 설이 부처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찬성론자들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선 세 개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5년 제정된 특별법에 명시된 대로 부처를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인사 기능을 수행하는 인사혁신처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를 수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행정의 비효율성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맞짱토론에서는 ‘신설 부처의 세종시 이전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이춘희 세종시장과 전원책 변호사가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펼친 주장과 논리를 소개한다.

찬성/ 6곳 뺀 모든 부처 이전 法에 명시…지방분권 통해 공존의 길로 가야
행정낭비 막기 위해 국회분원 등 설치 시급

106억5000만원.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지출한 올 상반기 출장비 총액이다. 이 중 대부분이 공무원이 세종과 서울을 오가며 지출한 여비다. 주요 국정회의의 72%가 서울에서 열렸고, 경제부처 17개 중 12개(70%)가 세종에 있지만 경제 관련 회의의 80%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제10차 세종시지원위원회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미(未)이전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했다.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등을 옮기라고 밝힌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제16조는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를 행정도시 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부처를 제외한 다른 기관은 모두 세종시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미래부는 2013년 1월 신설 이래 세종시가 아닌 과천에 입주해 있다. 정부가 오랜 시간 법률 위반 상태를 방치한 것이다. 국무총리 산하이자 신설 부처인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세종청사로 이전하는 것도 필연적 수순이다. 총리가 법을 지키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아직도 일각에서 세종시의 존재를 부정한다. 세종시 때문에 국정의 비효율성이 초래되고 나라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도 모두 세종시 탓이라고 주장한다.

세종시는 지난해 말 정부 부처 이전 3단계가 끝나면서 36개 중앙행정기관과 14개 국책연구기관이 입주했다. 근무 인원이 1만8000여명이나 된다. 이제 대한민국 국정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가 된 것이다.

미래부 등의 수도권 잔류를 주장하고 세종시를 흠집 내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모한 일이다. 다수 국민이 동의해 국회에서 법률까지 제정했고, 신도시를 조성해 정부 부처를 옮겼다. 이제 와서 이를 부정하고 번복하려 시도하는 것은 나라를 갈등과 분열로 몰고 갈 뿐이다.

2005년 3월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법을 만들었으면 인정하고 지키는 게 도리다. 법에 따라 행정도시를 건설하고 청사를 지었으니 법에 정한 대로 부처를 옮기면 될 일이다. 행정의 비효율성은 세종시 탓이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게 원인이다. 수정론이니 뭐니 발목을 잡아 세종시 건설이 지체된 탓도 크다.

세종청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서울을 오가며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세종시에 국회 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설치하는 게 시급하다.

언제까지 ‘수도는 오로지 서울’일 필요는 없다. 수도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안보적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바뀔 수도 있다. 세종시 건설은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게 하자는 국가 균형 발전의 희망을 담고 있다. 수도권 일변도의 집중보다는 분권과 분산, 획일보다는 다양성과 개성, 독존(獨存)보다는 공존의 길로 가야 한다.

단언컨대 세종시 ‘탓’이 아니라 세종시 ‘덕’에 나라가 더 잘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수도권 집중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수도=서울’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강물이 불어 다리가 떠내려가는데도 그 다리 밑에서 여인을 기다리는 미생(尾生)이 되지 말자.

반대/ 메르스 부실대응은 부처 분산 탓…정책 품질 저하 등 후유증 드러나
먼 만큼 느려진 의사결정…국정 비효율 개선해야

솔직히 말하자. 세종시로의 정부 부처 이전은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릅쓴 대표적인 ‘나쁜 정책’이다. 여야 모두 충청지역 표를 얻으려고 합작한 ‘사익(私益)을 위한 정책’으로, 수도 이전이 위헌 결정을 받자 느닷없이 나온 기형(奇形)이다. 뒤에 이명박 정부에서 수정론이 등장하자 친박(친박근혜)계는 눈에 불을 켰다. 그들은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나는 누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세종시가 그 명분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건 알았다.

2년6개월 전 ‘세종시의 저주’가 시작됐다. 18개 중앙행정기관이 옮겨가면서 정부기능이 늪에 빠진 것이다. 모두가 예상했던 행정비효율이라든가, 정책 품질이 낮아진 게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세월호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건에서 보듯이 국가위기 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은 서울에 있고, 국가 수뇌부를 뒷받침하는 실무그룹은 저 멀리 세종시에 있는데도 정부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게다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태반이 서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다. 기계에 비유하자면 톱니가 맞물려 있는 게 아니라 제각기 흩어져 있는 것이다. 나는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때 정부가 실기(失期)한 근본 이유가 세종시에 있다고 믿는다.

오후 6시면 불이 꺼지는 청사, ‘행복도시’는커녕 유령도시가 되는 주말이 세종시의 현주소다. 세종시 공무원 통근버스에 소요되는 돈이 연간 100억원이나 되고 서울 출장비도 올 상반기만 106억5000만원에 달했다. 그래도 이 돈은 새 발의 피다. 총리와 장관들이 서울에 2중으로 운영하는 사무실도 문제지만 그로 인한 행정 낭비와 인력 낭비는 돈으로 추산되지도 않는다.

선진국에 이런 비효율은 없다. 미국 대통령은 장관들을 언제나 쉽게 만난다. 장관 집무실은 백악관에서 ‘걸어서 10분’이다.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예외로 보일 정도다. 영국도 총리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 바로 옆에 재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이 있고 연이어 다른 각료들이 있다. 일본은 ‘걸어서 5분’이다.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수뇌부는 함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든 토론이 쉽게 이뤄지고 결정은 빠르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적다. 국가가 위기에 봉착했거나 위험에 빠졌을 때 물리적인 환경으로 인해 대응능력이 손상되지도 않는다. 적어도 그들은 장관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길거리에서 시간을 버리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역주행을 했다. 과천청사를 청와대 옆으로 옮기지는 못할망정 세종시로 보내면서 대통령과 장관의 거리가 더 멀어졌다. 국가의사결정이 느려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제 미처 못 간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등이 세종시로 갈 모양이다. 행복도시법에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만 서울에 남기로 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세종시가 두렵다. 이런 불합리한 행태를 눈감고 있는 정치권이야 그들이 저지른 일이니 그럴 테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는 언론이 무섭다. 역주행은 반드시 사고를 낸다. 정말이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역주행은 멈춰야 한다. 그런 게 진짜 ‘비정상의 정상화’다.

강경민/임호범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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