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당근, 대표팀 순항 이끈 슈틸리케 리더십

풋볼리스트 2015. 9. 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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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라오스와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끝난 시간은 밤 10시를 넘어 있었다. 대표 선수들은 다음 날 레바논 원정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경기를 마치고도 그라운드 위에서 회복 훈련을 진행했다. 장시간 비행을 앞두고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몸의 균형을 잡아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평소 보다 믹스트존에 선수들이 등장하는 시간이 늦었다. 양 팀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나고도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서 선수들이 나왔다.선수들은 회복 훈련을 하는 동안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당초 대표 선수들은 합숙하던 호텔로 돌아간 뒤 다음 날 오전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해산해 개인 시간을 갖고 밤 10시에 인천국제공항으로 모일 예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밤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각자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선수들의 자유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준 것이다.슈틸리케 감독은 비록 약체였지만, 무려 9년 만에 재현된 8-0이라는 스코어의 대승에 대해 "아주 만족스럽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러나 이날 8골을 넣은 것 때문에 선수들에게 자유 시간을 준 것은 아니다. 그는 "내가 부임하고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선수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8월 말 소속팀을 옮긴 유럽파 선수들에게 일정상의 배려를 해줬다. 원칙에 앞서 융통성을 발휘했다. 토트넘홋스퍼로 이적한 손흥민은 라오스전을 마치고 귀가해 영국 런던으로 먼저 돌아간다. 새로운 팀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해준 것이다.아우크스부르크와 보루시아도르트문트로 이적한 구자철과 박주호는 이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독일에서 레바논으로 합류한다. 라오스전은 소속팀 적응을 위한 시간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수 장현수의 라이트백 포지션 변경 과정에서도 먼저 선수의 의사를 물었다. 결정을 내릴 때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부담 없이 의견을 물었다. 예전 소집 당시에는 피로감을 호소한 선수를 출전 명단에서 제외시켜주기도 했다. 이전 대표팀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8-0 대승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단의 질문이 없었음에도 한 마디를 더 하고 싶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한 골키퍼 김진현과 공격수 이정협에게 공개적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부상 때문에 이번에 함께할 수 없었던 김진현과 이정협 두 선수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둘 다 최근에 수술 받을 정도로 큰 부상 당했다. 이 기회를 빌어서 빨리 회복해서 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대표팀의 이름으로 보내고 싶다. 두 선수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함께 할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라오스전 대승으로 대표팀에서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정협과 김진현 두 선수의 재활 훈련 과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배려의 메시지를 담은 발언이었다. 더불어 라오스전 대승 과정에 새로 뜬 스타 선수들에게 여전히 더 분발을 촉구하는 메시지였다.레바논 원정에 나서는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과 같은 정신력으로 준비하면 된다, 선수들이 잘 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당근과 채찍이 아닌 당근과 당근으로 이어지는 배려, 그리고 꾸준한 믿음의 힘이 슈틸리케호 순항의 동력이다. 부임 1년을 맞은 슈틸리케 감독의 배는 아직 좌초하지 않았다. 슈틸리케호는 4일 밤 11시 55분 레바논 원정을 위한 비행기에 탑승한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권순태에게 전반전이 조금 더 어려웠더라면밀집 수비 해법 찾은 한국, 러시아 가는 길 '청신호'[취재파일] 정몽준 vs 플라타니, 그라운드 밖 '축구전쟁'17분의 1 인구로 잉글랜드 넘은 웨일즈 FIFA랭킹[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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