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e.it] 강자도 강자다워야 승리한다

홍재민 2015. 9. 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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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대한민국이 라오스에 8-0 대승을 거뒀다. 대한축구협회가 내걸었던 '안방에서 한방'이란 문구가 무안하게 '여덟 방'이나 터트렸다. 라오스가 너무 약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A매치에서 8득점은 쉽지 않다. 칭찬받아야 할 결과를 '슈틸리케호'가 냈다.

# 베스트XI: 원톱이 무의미한 상황

한국의 선발 포메이션은 객관적 전력 우세를 반영했다. 대표팀의 기본 4-2-3-1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1명으로 줄이고, 다른 1명이 전진해 4-1-4-1 형태를 꾸몄다. 최후방 라인의 바로 앞에 정우영이 섰다. 기성용이 전진해 공격에 가담했다. 원톱 스트라이커로 석현준이 선발 출전했고, 후반 황의조가 대신했다.

수비 라인 구성은 예상을 빗겨나갔다. 좌우 풀백으로 김진수와 임창우의 선발이 예상되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에 홍철, 오른쪽에 장현수를 세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의 라이트백 기용 이유를 "오른쪽 측면에서 우리 플레이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공격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임창우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김진수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감독의 선택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원톱을 세울 의미가 없었다. 라오스는 볼을 소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7명이 최후방에 일자로 섰다. 사람이 많다 보니 원톱이 횡 방향 움직임으로 마크맨을 유인해도 공간이 생기지 않았다. 아크 부근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볼을 지켜내는 플레이도 효과가 떨어졌다. 모든 선수가 2선 미드필더가 되어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곳에서 각개격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숫자상 원톱은 오히려 1명을 낭비하는 꼴이었다.

# 월등한 개인 기량 vs 아마추어 수비 조직

한국은 전반 9분 선제골을, 12분 두 번째 골을 넣었다. 홍철이 개인 기량으로 기회를 만들고, 상대의 미숙함이 허용한 공간에서 이청용과 손흥민이 자유롭게 슈팅을 때려 득점에 성공했다. 홍철은 이날 도움을 3개 기록했는데, 모두 라오스의 폼마빤야를 개인 능력(기술+체력)으로 제압한 결과였다.

앞선 설명대로 라오스의 최종 수비 라인은 7명이 일자로 늘어섰다. 라인 유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7명이 볼을 따라 전후진을 함께 했다. 지역과 대인 방어를 상황에 따라 혼용해야 했지만, 라오스 선수들에겐 라인 유지만으로도 벅차 보였다. 골키퍼 셍달라웡은 날아오는 슈팅에 손을 뻗지 않고 빤히 쳐다보는 플레이를 연발해 대량 실점을 자초했다.

# 템포 저하를 권창훈이 막다

8-0이란 대승이 나오는 과정에는 몇 차례 리듬 변화가 있었다. 선제골과 추가골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은 신중함과 빠르기를 유지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팀 두 번째 골을 넣자 여유를 인지한 선수들이 템포를 늦췄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지만, 78분이 남은 시점이어서 '정리하자'라는 생각을 너무 일찍 한다는 느낌이었다. 템포 저하를 막은 것이 바로 전반 29분 나온 권창훈의 팀 세 번째 골이었다.

권창훈은 2015년 K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젊은 선수다. 수원의 줄부상 사태가 권창훈에게 꾸준한 출전 기회가 되었고, 동아시안컵을 통해 자신감이 더 커졌다. 이날 경기에서도 권창훈은 상쾌한 플레이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확실한 기회를 노리기보다 도전적 시도로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다잡았다. 특히 멋진 중거리포는 대표팀 내 다른 젊은 스타들의 경쟁심을 부추기는 자극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후반 들어서도 권창훈은 자기 플레이를 유지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밀집 수비를 상대해야 하는 아시아 지역예선에서는 권창훈의 과감한 공격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측면 돌파 후 크로스를 올려 문전에서 슈팅을 때릴 거라는 패턴에 대비하지 않는 상대팀은 없다. 라오스가 7인 일자 수비를 편 이유도 수비 폭을 최대한 넓혀 측면을 막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한국은 상대가 전술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공격을 시도해야 한다. 권창훈의 과감한 '찌르기'가 대표적이다.

# 이상적 득점과 집중력

상대 수비와 상관없이 반복 가능한 골이 이상적이다. 축구에서 나오는 득점 대부분이 상대 수비 실수의 반작용이다. 쉽게 풀자면, 잘해서 넣는 골보다 못해서 먹는 골이 훨씬 많다. 라오스전 8골도 대부분 상대의 실수가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라오스전 최고의 골을 꼽자면 후반 44분 손흥민의 해트트릭 완성 득점이라고 생각한다.

6-0으로 앞선 후반 44분이었다. 한국 진영에서 정우영이 몸싸움을 상대를 제압한 뒤 볼을 빼앗았다. 정우영은 바로 전방에 있는 손흥민에게 볼을 배달했다. 손흥민은 드리블로 상대 페널티박스에 접근해 수비수 한 명을 벗기고 오른발로 감아 차 골을 넣었다. 상대 실수의 도움 없이 한국이 반복할 수 있는 골 장면이었다.

득점 과정뿐 아니라 선수들의 자세도 칭찬하고 싶다. 대승이 확정적인 경기 종료 직전이었지만, 정우영은 자기 진영에서 볼을 빼앗은 뒤 곧바로 롱패스를 보내 역습을 만들었다. 여유 있는 상황에서도 정우영은 볼을 옆이나 뒤로 보내지 않고 전방 패스를 선택했다. 경기 후 정우영은 "원래부터 뒤나 옆으로 하는 패스를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강한 압박을 받는 경기에서도 정우영이 자기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 기성용의 대체자, 나아가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이미 두 골을 넣은 손흥민도 한 골 더 넣기 위해 욕심부리는 자세가 매우 긍정적이었다. 경기 내내 둔탁한 볼터치로 손흥민은 보는 이의 한숨을 자아냈다. 그러나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맨 오브 더 매치'가 되어있었다. A매치 첫 해트트릭의 기쁨을 안았다. 골 욕심이 최상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소위 스타 본능이라고 해도 좋다.

이런 집중력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대부분 약팀을 상대한다. 승점을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체력이 장점 중 하나인 한국으로서는 경기 막판 승리에 쐐기를 박는 역습 득점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유럽과 남미 강호가 실천하는 승리 공식이다. 승리가 확실시되는 경기 막판 골을 추가한 뒤 기뻐하는 세계적 스타플레이어들을 우리는 자주 본다. 아시아권에서 한국은 절대 강자, 선수들은 최정상급 스타들이다. 라오스의 달비 스티브 감독 말대로 "포뮬러원 머신 11대"라고 할 수 있다. 라오스전 일곱 번째, 여덟 번째 골 장면을 한국은 계속 만들어야 한다.

글=홍재민, 사진=<에스비에스> 중계화면, 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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