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며느리로 인정 못받는 이주여성 가정폭력에 노출"

2015. 9. 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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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이주여성 심층면접.."쉼터에서 자립 지원책 마련해야"

쉼터 이주여성 심층면접…"쉼터에서 자립 지원책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1 결혼이주여성 A씨는 한국에 온 지 3개월 만에 시어머니로부터 인공임신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남편이 미덥지 않았지만 시어머니는 임신하러 병원에 가지 않으면 이혼시키겠다는 말까지 꺼냈다.

#2 2007년 결혼한 이주여성 B씨는 남편과 함께 시댁 농사를 도왔지만 수고비나 생활비를 받은 적이 없다. 시댁 식구들은 "우리가 돈 주고 너를 데려왔는데 공부를 하려 하느냐"며 한국어 공부와 취업을 못하게 막았다.

가정폭력을 당해 쉼터에 입소한 두 이주여성의 사례다.

두 사람을 포함해 폭력 피해 이주여성들은 가정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적 고립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4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자립'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이주여성 쉼터 입소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는 "조사에 응한 폭력 피해 이주여성들은 가정에서 '문제 있는' 남편의 뒷바라지나 가족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 취급받았다"고 밝혔다.

센터 조사팀은 지난 6∼7월 전국 이주여성 쉼터 5곳에 27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참여자의 출신국은 베트남이 16명(59.3%)으로 가장 많았고, 평균 거주 기간은 5년 6개월이었다.

조사 결과 남편이 정신장애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문제를 지닌 경우가 절반이 넘는 15명이었고, 74.1%(20명)는 남편 소득을 포함한 가계 소득을 모르고 있었다.

센터는 "남편이 독립적으로 가족생활과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다 보니 이주여성은 남편의 뒷바라지를 떠맡고 시집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의 취약한 지위가 가정폭력에 노출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사 대상자들은 가정에서 바깥출입을 금지당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제한받아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족의 폭력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해 한국 사회에 통합돼 살아가기 어렵다고 센터는 분석했다.

하지만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자립을 뒷받침할 지원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쉼터 입소자 대부분은 취업을 원하고 있었지만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보니 조사 대상자 27명 가운데 17명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주여성 쉼터가 외부 취업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주선희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장은 "취업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쉼터의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입소자의 언어 수준과 거주 기간 등이 달라 자립 교육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쉼터가 자립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위선주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는 "자립 대책 없이 쉼터를 퇴소한다는 것은 생존의 기반이 허물어짐을 의미한다"면서 "쉼터 사업에 취업 연계를 포함하고, 경제적 자립에 필요한 일자리 발굴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미경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쉼터는 보호시설 이상의 의미와 기능을 가져야 한다"며 "피해 여성의 숙식·치료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뿐 아니라 정서적 자립을 위한 의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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