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후폭풍..호주 농장 집어삼키는 차이나머니

김명지 기자 입력 2015. 9. 4. 14:08 수정 2015. 9.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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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즈랜드주의 목장 풍경/블룸버그 제공
그래픽=박종규
그래픽=박종규

중국이 호주 농업 부문 최대 투자자로 등극했다. 중국은 호주 농산품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2000년대 후반 호주에서 중국 정부 주도의 대형 광산 개발 사업이 호황을 이뤘다.

이번엔 민간투자자들이 선봉에 섰다. 중국 경제 성장으로 호주산 쇠고기와 유제품 등 고급 식자재에 대한 중산층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광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중국 당국이 해외 투자에 신중해 진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원자재값 하락으로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국가 주도의 해외 광산 개발 사업에서 대부분 손해를 보고 있다.

◆중국, 작년 호주 농장 5300억 투자...전년比 2배 급증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주 정부의 2014년 해외투자보고서(FIRB)를 인용해 중국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호주 농업 분야에 1년 동안 6억3200만 호주달러(약 5290억원)을 쏟아부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3년(3억1000만 호주달러)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FTA 실질적 타결을 선언한 이후 중국인의 호주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2010년 중국의 호주 농업 부문 투자 규모는 5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호주 광산업 투자 규모가 128억호주달러(2010년) 에서 58억5000만 호주 달러(2014년)으로 축소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호주의 씨팜스그룹(Seafarms)은 9월 서북해안지역에 진행 중인 14억5000만달러 규모의 왕새우농장 개발사업에 투자할 해외 투자자 모집에 한창이다. 인근엔 중국 기업인 상하이 종푸그룹(上海中福)이 지난해 7억달러를 들여 세운 설탕과 사탕수수 농장이 있다.

호주 식품에너지통합개발사(IFED)는 해외투자자들에게 퀸즈랜드주 5개 농장을 통합해 사탕수수와, 구아빈 등을 재배하고 가축을 키우는 2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농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중국 농업 기업인 신시왕(新希望-NewHope)그룹은 지난해 호주 농업 부문에 투자하는 목적으로 5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했다. 신시왕그룹은 앞서 호주 유제품 재벌인 목시(Moxey)와 페리시(Perich)가문과 손잡고 1억 호주달러 규모의 합작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의 목표는 향후 10년 안에 연간 2억 리터의 우유를 중국에 공급하는 것이다.

류융하오(刘永好) 신시왕그룹 회장은 중국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인 민셩은행(民生銀行 )의 최대 주주로 메추리 사육으로 사업을 시작해 사료로 업종을 전환한 뒤 재벌 부호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류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중국 국가인민회의 연례회의에서 “단순히 호주의 농토를 사들이는 데서 벗어나 호주 회사와 손잡고 새로운 설비 시설 개발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농산품 최대수입국에서 투자국으로

중국 ‘큰손’의 호주 농산업 투자가 늘어난 것은 중국 시장에서 호주 농산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호주 농산품 최대 수입국이다. 호주가 수출하는 농산품 가운데 2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 소비자들은 호주와 뉴질랜드산 소고기와 분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레퓨테이션인스티튜트(RI)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호주 농산물이 중국산보다 3배 이상 안전하다고 느꼈다. 호주 농산물은 미국, 브라질, 프랑스산 보다도 50% 더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산 농산품에 대한 중국인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주 억만장자인 앤드류 포레스트(Andrew Forrest) 마인더루회장과 지나 라인하르트(Gina Rinehart) 핸콕 프로스펙팅 회장은 최근 몇 개월 동안 가축 농장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했다.

◆ ‘민간기업’ 주도 투자...신중해진 중국 정부

최근 중국의 호주 농장 투자에는 ‘민간기업’이 선봉에 섰다. WSJ는 “중국이 광산업 부문 투자 때와 달리 농업 부문 투자에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면서 “국제 원자재 값 하락과 채굴 비용 증가로 과거 국영 기업 중심으로 호주 광산업 부문에 투자한 것이 손해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주 해외투자 회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중국이 광산업에 투자할 때는 100% 소유권을 넘겨받거나, 대형 프로젝트에 자본을 투입하는 직접 투자를 선호했다면, 농업 부문은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중간에 현지 전문가를 끼워 넣는 식의 위험 분산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WSJ에 설명했다.

호주의 투자은행 몰리스앤코(Moelis&Co)의 브로디 테로어(Brodie Treloar)는 “중국 국영기업들은 정부 지시에 따라 대부분 의무적으로 투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윗선의 지시에 따른 의사 결정이 실수로 돌아왔고,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정부가 훨씬 실용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해외 농업 분야 투자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중국해외투자추적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중국이 최근 10년 동안 해외 농업 분야에 투자하거나 계약한 금액은 약 430억 미국 달러로, 호주(15억달러)의 29배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이 호주 농업 부문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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