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이승우의 '횡단 드리블', 그 효용과 아쉬움

홍의택 입력 2015. 9. 4. 12:47 수정 2015. 9. 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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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수원] 홍의택 기자= 이승우(17)가 다시 국내 무대에 섰다.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 나이지리아전(1-1무)에 나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이 대체로 밀린 가운데, 또랑또랑랑한 모습을 연출해냈다.

흥미로웠던 건 '원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 포워드' 이승우. 최진철 U-17 대표팀 감독은 전반 41분 차오연(오산고)을 투입하며 중원 형태를 기존의 정삼각형(4-2-3-1)에서 역삼각형(4-1-4-1)로 바꿨다. 소속 팀에서 중앙 수비도 겸했던 장재원(현대고)을 깊숙이 내려 세우며 사실상 스리백에 가까운 형태(3-4-3)를 보이기도 했다.

최전방에 머물던 이승우는 후반 20분 유승민의 투입에 따라 '이승우-유승민-김진야' 스리톱의 일원이 된다. 4월 수원 JS컵 당시, 공수 전환 중 잠깐 측면으로 빠졌던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옆줄 가까이 머물렀다. 왼쪽 측면 수비 박명수가 낮게 깔아준 볼, 혹은 중앙 미드필더가 길게 연결해준 전진 패스에 개인 역량을 얹으려 했다.

공격 시 왼쪽 윙어로서 갖는 움직임은 새로웠다. 웜업 중 볼 돌리기를 하거나, 슈팅 연습을 할 때. 실전에 들어가 긴박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또, 볼 터치나 드리블, 슈팅 장면 등을 두루 살폈을 때 이승우는 오른발이 더 편하다.

이 선수를 왼쪽에 배치한 건 바르셀로나에서 왼쪽 윙어 역을 맡는 '왼발잡이' 장결희를 오른쪽에 놔 '반대발 윙어'로 활용한 것과 같은 이치다. 마땅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을 때, 측면에서 중앙으로 옮겨오며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 등 여러 역을 겸하는 식이다.

실제 이승우는 횡 방향으로 자주 움직였다. 페널티박스 라인 언저리를 가로지르는 '횡단 드리블'의 장점은 상대 수비진 교란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뤄진다. 1)일대일로 맞선 측면 수비가 이승우를 추격한다. 2)측면 수비의 범위를 넘어서자, 중앙 수비가 앞으로 나선다. 3)또 다른 중앙 수비,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끌려 나온다. 이들에게 이승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피해 범위를 최소화하고자 어떻게든 위험 진영서 몰아내려 한다(상단 캡처 참고).

이 과정에서 최소 서너 명의 시선이 볼 잡은 이승우에게 꽂힌다. 그러면서 견고했던 벽 사이가 흐트러진다. 균열이 드러나는 찰나, 이를 교묘히 파고들어 부수는 것이 U-17 대표팀 공격진에 주어진 임무다. 왼쪽 윙 포워드 이승우가 들어왔을 때, 동료들이 제 타이밍에 맞춰 침투를 병행한다면 적게는 한두 명, 많게는 서너 명까지 이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순간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뒷공간, 옆 공간으로 침투하는 동료의 쇄도와 이를 향한 이승우의 패스가 계속 엇나간다. 결국 침투 패스에 실패한 채, 반대쪽에 머문 측면 수비로 볼이 흘러 재차 크로스가 들어오는 한정된 패턴이 반복된다.

일단은 이승우에게 맞춰 뚜렷한 액션이 나오지 않은 아쉬움이 크다. 볼을 쥔 이승우가 횡으로 이동할 때, 직각 방향으로 침투하는 종적인 움직임이 수반되는 게 정상이다. 뒤걸음질 치며, 혹은 제자리에서 멀뚱멀뚱 구경할 게 아니라 무언가 만들어낼 동작들이 필요했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이들이 각자 속한 고교 팀에서도 그렇게 공을 차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대표팀 레벨 정도면 딱 티가 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친구들도 주위 환경에 따라 흔들린다. 지난 4월 수원 JS컵에 나섰던 몇몇 선수들이 털어놓은 말이 또렷이 남는다. "떨려 죽는 줄 알았어요". 월드컵경기장 천연 잔디에서, 그것도 많은 관중 앞에서 치르는 야간 경기가 이들에게 흔한 경험일 리 없다. 평소와 비교해 '얼어 있다'는 느낌을 준 것도 이 때문이리라.

여기에 특정 선수에게 패스를 안 했다며 집중포화까지 맞는 형국에 평소처럼 편하게 공 차기는 어려웠을 터다. 이들에게 '왜 너는 바르셀로나에서 온 선수처럼 공 못 차냐'고 따져 묻는 게 무슨 소용인가. 그 정도로 할 수 있다면 다 같이 바르셀로나에서 뛰지 않았겠는가. 그보다는 이런 상황에 더 익숙해지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해도 괜찮다는 여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이승우 본인도 무결점이었던 건 아니다. 잽 날릴 시늉을 수차례 하다 훅 날릴 시기를 잃었다. 바로 돌려놓으면 더 쉽게 갈 수 있는 장면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간 실전을 뛰지 못한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다.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건 체력의 한계뿐 아니라, 응당 나와야 할 정확한 판단과 날카로운 퍼포먼스 등도 방해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볼을 방출하는 시도가 따랐다면 어땠을까 싶다.

억지로 만들 수도 없는 과정이다. 강압적으로 주입해도 당장 뚜렷한 성과물이 나오기는 어렵다. 이에 최진철 U-17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평했다. "승우가 갖고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승우가 패스 줄 타이밍과 드리블 타이밍을 잘 잡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선수들도 아직 승우와의 타이밍을 잡아가지 못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그런 점을 보완해 나가려 한다".

모두의 문제다. 팀으로서 접근할 사안이다. 이승우는 이승우대로, 동료들은 동료대로 서로에게 맞춰 나가야 한다. 더 깊이 이해하며, 더 많이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4일 저녁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2차전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그 속도가 더딜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며 차츰 나아질 수 있길.

사진=윤경식 기자, jtbc3 FOX Sports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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