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료로 휴대전화·시계.. '변호사가 기막혀'

이후연기자 2015. 9. 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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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 '변호사 시장' 新풍속도

머리 스타일 바꾼 변호사 "사건 의뢰인이 미용사였어" '의뢰인 가려 받기'는 옛말… "수임료 낮아도 일단 받아요"300만원 짜리도 분납 일쑤… 10만~20만원씩 쪼개 받아 "오후 7시 송사 준비 아니라 미납 수임료 독촉전화가 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바로 개업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5년 차 A 변호사에게 최근 신형 휴대전화가 하나 더 생겼다. 변호를 맡았던 '고객'으로부터 수임료 대신 휴대전화를 받아 하나 더 들고 다니게 된 것. 의뢰인은 원래 200만 원의 수임료를 약속하고 100만 원 단위로 나누어 내기로 약속했지만, 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100여만 원 정도의 수임료를 내지 않았다. 분납도 많을 땐 50만 원, 적을 땐 20만 원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변호사는 "수임료 이야기를 하자 의뢰인이 휴대전화를 줬다"며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의뢰인이 '돈이 없다'며 대신 최신형 휴대전화를 쥐여 주길래 어쩔 수 없이 받아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수임료 대신 '현물'을 받는 웃지 못할 변호사들이 생기고 있다.

또 다른 서울의 6년 차 B 변호사는 최근 처리한 민사 사건의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 대신 시계를 받았다. 명품은 아니지만, 시가가 수십만 원 정도 되는 시계였다. 의뢰인은 시계 판매업을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친구 변호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납된 수임료 대신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경우도 있더라"며 "당연히 의뢰인은 미용사였다"고 말했다.

수임료 분납도 예전처럼 '원활'하지 않다. 개인회생 관련 사건을 제외하고는, 통상 300만 원의 수임료라면 한 번에 받거나 혹은 분납하더라도 2∼3회 정도에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만∼20만 원선으로 '잘게 쪼개' 내거나, 아예 사건 후에도 변호사 전화를 받지 않고 잠적하는 '먹튀' 의뢰인도 늘고 있다.

최근 변호사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부터 사건 수임을 하기 위해 수임료가 낮거나 선납 금액이 적어도 일단 착수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처럼 마냥 웃지만은 못할 일들이 생기고 있다. C 변호사는 "요즘 오후 7시가 되면 사건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의뢰인들에게 미납된 수임료를 달라고 전화하는 게 일"이라며 "휴대전화나 시계를 받은 게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푸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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