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 거절 → 브로커에 사기 → 세번째 시도서 세母子 참변

김리안기자 입력 2015. 9. 4. 11:51 수정 2015. 9. 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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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디 가족의 '난민 여정'정원 초과로 보트 뒤집히고 지급된 구명조끼 모두 가짜

터키 해변에서 지난 2일 익사체로 발견된 '세 살배기 난민' 에이란 쿠르디의 일가족 네 명은 밀입국 브로커에게 1000유로(약 133만 원)가량을 건네고 터키에서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는 배편을 구했다. 브로커는 총 13마일(약 20㎞)의 에게해 뱃길 여정을 10분이면 건널 수 있다고 장담했다.

1일 밤 쿠르디 가족을 비롯해 총 23명의 시리아 난민들을 태운 작은 보트 2대는 정원을 초과한 무게와 휘몰아치는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출발 후 몇 분 만에 전복됐다. 에이란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40)는 "아이들과 아내의 손을 붙잡은 채 한 시간가량 뒤집힌 보트에 매달려 있었지만, 첫째(갈립)와 둘째(에이란), 그리고 아내는 순서대로 죽어갔다"면서 "우리가 받았던 구명조끼는 전부 가짜였다"고 울먹이며 터키 도안통신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당시 참변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압둘라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쿠르디 가족의 험난했던 '난민 여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살던 쿠르디 가족은 내전을 피해 지난 2012년 북부 코바니로 옮겨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슬람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코바니마저 공격해 오자 같은 해 또다시 터키로 피란했다.

올해 초 3년간 지내던 터키에서 쿠르디 가족은 20년 전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 간 에이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를 후견인으로 세워 난민 자격으로 캐나다 이민부에 이민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6월 거부당했다. 고모 티마는 3일 캐나다 내셔널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민부는 터키를 거친 쿠르디 가족의 신청 과정이 복잡하다며 이를 거절했다"면서 "쿠르디 가족은 캐나다로 오지 못하게 되자 (그리스행) 배에 타게 된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후 쿠르디 가족은 세 차례에 걸쳐 그리스 밀입국을 시도했다. 첫 번째 시도는 보트에 탑승하자마자 터키 공안 당국의 단속에 걸렸다. 두 번째 시도 당시에는 브로커들이 돈만 받아 챙기고 배편을 구해오지 않았다. 이후 마침내 오른 세 번째 여정에서 쿠르디 일가족은 세 모자가 사망하는 참변을 당했다.

쿠르디 세 모자 등 총 12명이 바다에 빠져 숨진 사건과 관련해, 3일 터키 정부가 이들에게 배편을 제공했던 불법 난민이주브로커 4명을 체포했다. 30세에서 41세 사이의 시리아 국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최소 1명 이상을 숨지게 하고 난민을 불법 이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도안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터키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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