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고'..서류 위조해가며 도선사 없이 위험한 항해
여수해경, 공문서 변조 해운업체 대리점 대표 등 2명 구속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전남 여수광양항, 부산항 등 대형 선박이 입출항하는 주요 항구에서는 배 정박과 출항을 도와주는 도선사가 반드시 배에 타게 돼 있다.
예외적으로 '국적취득부 나용선'으로 불리는 선박은 선장 경력, 배 종류, 크기 등에 따라 강제도선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을 노려 태워야 할 도선사를 태우지 않고 화학제품 운반선 등 대형 외항선을 운항하게 한 해운대리점 관계자와 선장 등 20명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공문서를 위조한 2명은 구속됐다.
여수해양경비안전서는 4일 "공문서를 변조해 외항선박 6척에 대해 도선사 승선을 면제받게 한 혐의(공문서 변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도선법 위반 방조 등)로 해운 업체 Y대리점 대표 신모(65)씨와 상무 김모(60)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신씨 등은 H해운 소속 선박의 입출항 업무와 선장에 대한 강제도선 면제 신청 업무를 대리하면서 관련 신청서를 변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신씨 등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파나마 국적에 도선면제 대상이 아닌 H해운 선박(나용선)을 면제 대상인 '국적취득부 나용선'으로 운항선박 명세서를 변조해 여수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면제증을 교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용선(裸傭船)'은 배만을 빌린 뒤 선원, 선구 등은 빌린 사람이 책임지고 운송을 하는 배를 말하며 '국적취득부 나용선'은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조건으로 빌린 배를 가리킨다.
도선법상 국적취득부 나용선은 선장의 도선구역 출입항 횟수, 선박 종류와 크기 등에 따라 도선사를 태우지 않아도 되는 강제도선 면제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신씨 등이 서류를 위조해줌에 따라 H해운 선장(14명)들은 6년간 도선사 없이 강제도선구역인 여수항을 총 446회 드나들었다.
H해운이 아낀 도선료는 3억5천만 원에 달했으며 신씨는 대리점을 계속 유지하는 등 상생한 셈이다.
그동안 112차례에 걸쳐 도선사 없이 운항한 선장 전모씨는 2013년 12월 여수시 낙포항 해상에서 일반화물선 J호(8천299t)를 직접 몰다 싱가포르 국적 케미컬운반선과 충돌, 12억여원 상당의 물적 피해를 내기도 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연간 6만여 척의 유조선 등 대형 선박이 입출항하는 여수광양항은 강제도선구역"이라며 "장기간 위험한 항해를 해온 선사와 관련 기관 공무원의 묵인, 방조 여부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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