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문학권력 논쟁에 '문학동네'가 답하다

2015. 9. 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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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경숙 소설은 표절 맞아…사과"

비판이 실종된 비평도 반성

작가들은 '담합'과 폐쇄성 비판

문학동네 2015년 가을호문학동네 편집부 엮음/문학동네·1만5000원

<문학동네> 가을호가 나왔다. 예년의 발행일보다 열흘 정도 늦게. 준비할 게 많았다는 뜻일 테고, 그런 만큼 관심을 갖고 기다려 온 독자도 많았을 것이다. 6월 이후 한국 문학판을 뒤흔들어 놓다시피 한 신경숙 표절 사태와 문학권력 논쟁에 대해, 그 사태와 논쟁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인 이 잡지가 어떤 목소리를 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편집위원의 권두언에서부터 잡지 관계자들의 고뇌와 진심이 느껴진다. '비평 표절 권력'이라는 주제 아래 평론가 네사람의 기고와 작가 네사람의 좌담을 실은 특집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표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장은수의 글은 "안타깝지만 신경숙 소설은 미시마 유키오 소설의 분명한 표절이다"라고 단정한다. "표현이 곧 사유"이며 "표현의 차이는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어쩌면 거의 유일한 기준"이라는 근거에서다. 그는 문제가 된 신경숙 단편 '전설'을 적극 옹호한 윤지관의 글을 가리켜 "읽는 사람을 현혹하려는 수사학적인 태도가 지나치다. 글을 읽어갈수록 타락천사의 모습만 오히려 두드러질 뿐"이라고 비판한다.

권두언을 쓴 평론가 권희철 역시 "'전설'은 '우국'의 표절"이라며 "'우국'의 일부 문장들을 별다른 표시 없이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제대로 검토해보지도 않고 즉각 반발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최원식은 "(이응준이 예시한)그 대목은 표절이라고 쳐도 작품 전체를 그리 보기는 어렵다. (…) 두 작품은 기본적으로 표절관계가 아니라 영향관계"라 본다.

부분적인 표절은 맞지만 '우국'과 '전설'이 서로 다른 작품이라는 데에는 권희철과 최원식이 동의한다. 그러나 '전설'에 대한 평가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보인다. 권희철이 "'전설'이 '우국'과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문제의 그(=표절로 지목된) 구절들에조차 차이가 있다. (…) 비평가들이 이 명백한 차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거나 말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말로 '전설'의 문학적 가치를 옹호하는 반면, 최원식은 "파시즘을 찬미하는 '우국'에 비해 '전설'은 반전(反戰)"이라면서도 "중세적 열(烈)의 찬미가로 되고 말았"다는 점에서 "'우국'에 못지않게 낙후했다"고 혹평했다. 두사람은 2000년 정문순이 처음 제기한 '전설'의 표절 혐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논의하지 않은 데 대해 나란히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원식은 또한 최근 사태 및 논쟁과 관련해 "비평의 혁신이 화두"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가 가리키는 혁신의 방향은 '비판'이다. "비평의 핵은 뭐라고 해도 비판이다. 젊은 비평에 두드러지듯이 작가에 대해 자소(自小)하는, 비판이 실종된 평론이 범람한다. 평론가가 작가의 눈치를 슬슬 살피며 책 읽은 자랑이나 늘어놓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요령부득의 글쓰기를 능사로 삼는다면 이 또한 자소와 짝한 자대(自大)다."

비판으로서 비평을 다시 세울 필요는 도정일도 강조한다. "친소관계에 따른 정실주의, 부족주의, 친밀집단에 대한 충성, 상업적 이해관계 등" 때문에 "비평적 판단이 비평행위의 사회적 공적 성격을 존중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이 그가 보는 지금 한국 문학비평의 문제다.

작가 좌담에서 손아람은 공모문학상을 폐지하고 문예지들이 특정 주제나 작가 및 작품을 지정해서 평론가에게 원고를 청탁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김도언은 "메이저 출판사들이 (…) 담합을 해서 자기들이 운영하는 장편문학상 공모가 아닌 쪽에서 등단한 작가를 소외시"킨다고 지적했다. 장강명은 "(큰 출판사들이) 대중문학을 순문학인 것처럼 포장"하는 "영업행위"를 비판했고, 이기호는 이른바 문학권력 논쟁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진짜 한국문학의 문제는 (…) '작품'이 없는 것에서부터 오고 있다"고 보았다.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작가 좌담 사회를 본 신형철은 좌담 내용 등을 토대로 쇄신책을 궁리하겠다면서 "내년 봄이면 보여드릴 것이 있으리라"고 약속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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