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北 찬양곡이 왜 한국 노래방에?..의문스런 경로

2015. 9. 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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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SBS 김수형 기자

▷ 한수진/사회자: 

SBS 8시 뉴스에 보도되고 큰 파장이 있었죠. 국내 최대 노래방 제작 업체가 만든 일부 반주기에 북한을 찬양하는 노래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김일성 원수님 만세, 노동달의 영광들이네, 같이 제목부터 노골적인 노래들이 버젓이 들어가 있었는데요. 이번 사건을 취재한 정치부 김수형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수형 기자님 어서 오십시오

▶ 김수형 SBS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저도 노래방 꽤 가봤거든요. 그런데 북한 노래 못 본 것 같은데 이런 노래방이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

▶ 김수형 SBS 기자: 

자주 다니시는 노래방에서 북한 노래 섹션이 책자에 있는 거 못 보셨죠? 한 번도

▷ 한수진/사회자: 

그럼요.

▶ 김수형 SBS 기자: 

이게 모든 노래방에 있는 건 아니고요. 중국 동포들이 자주 가는 노래방이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중국 동포들이 자주 가는 노래방에 보면 아예 중국방이라고 하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방이 있습니다. 그러면 설정 같은 걸 중국어로 하게 돼 있는데 중국어를 넣는 과정에 거기에 보면 입력을 하다 보면 그게 대중가요들 사이에서 북한 노래들이 뜨는 게 발견이 된 거예요. 그렇게 해서 저희가 이번 과정을 취재하면서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번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같이 서울 시내 몇 곳을 돌아다녀 봤습니다. 서울 시내 영등포구나 구로구 일대에서 중국방에 이런 북한 노래가 탑재된 노래방 기계가 설치된 걸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게 바로 그 노래방 기계에 있는 노래책인가 봐요?

▶ 김수형 SBS 기자: 

제가 노래방 책자를 갖고 나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잘 갖고 나오셨는데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니 정말 이렇게 많이 있네요. 

▶ 김수형 SBS 기자: 

이게 북한 조선가요란에 섹션이 있습니다. 한국노래 중국노래 일본노래 이런 섹션들이 있는데 조선가요라는 게 도대체 뭐지? 하고 책자를 보게 되면 제목이 섬뜩합니다, 일단. 이건 누가 봐도 북한 노래구나. 이건 수령을 찬양하고 김일성 김정일 이런 게 제목에 등장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 쫙 나옵니다. 어유 뭡니까, 이거. 로동당은 인민의 당, 로동당은 우리의 향도자. 이런 노래가 있는 노래방 책이 있다는 거예요. 

▶ 김수형 SBS 기자: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노래방 영상도 보통 영상하고는 다른 거겠죠?

▶ 김수형 SBS 기자: 

노래방 영상을 틀어보면 아마 또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게 물론 모든 중국노래방 기기에 이 영상이 탑재돼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희가 직접 주문해서 중국에서 택배로 받은 중국 노래방 기기를 확인을 해봤는데 영상을 보니까 북한에서 있었던 실제 열병식 장면, 군사 퍼레이드 이런 것들이 노래방 배경화면으로 나오고 있었거든요. 중국의 유명한 조선소, 공장 그리고 노동자들이 모여서 환호하는 그림이라든지 조선중앙TV의 옛날 버전이라고 할까요. 제가 최근에 남북 고위급 접촉 때문에 조선중앙TV를 한동안 오랫동안 봤는데 아무리 봐도 최근 영상은 아니고 아주 오래된 희귀 영상이 아닐까 추정되는 그런 배경화면들이 쭉 노래에 나오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탈북자 같은 경우에는 그런 영상 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겠네요.

▶ 김수형 SBS 기자: 

그렇습니다. 탈북자들 중에서는 이 노래를 보면 어떤 노래인지 바로 아시더라고요. 제목들이 워낙 독특하고 그래서 저희가 직접 보여드리기도 했는데 이게 북한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노래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공식적인 의전 행사라든지 아니면 학교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서 자주 부르고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노래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이런 진단을 했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정말 놀랍네요. 지금 제가 계속 노래방 책을 보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이런 제목의 노래들이 여기 이렇게 다 실려있을까 싶고요. 

▶ 김수형 SBS 기자: 

제목들을 보고 신기하게 느껴지실 텐데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한옥정 씨라고 전 북한예술선전대 단원으로 활동하셨던 분이 있습니다. 이 분께서 이 노래의 의미들에 대해서 몇 가지를 짚어 주셨는데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한 번 들어보시고 말씀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옥정/전 북한예술선전대 단원 : 하..이 노래는 한 4~5살 때부터 부르면 죽을 때까지 불러야 되는 노래예요, 이 노래는.

기자: 그래요? 

한옥정/전 북한예술선전대 단원 : 네

기자: 어떤 행사 때 불러요?

한옥정/전 북한예술선전대 단원 : 일반 행사를 하는데 북한에서는 간부들 같은 경우는 1일당 생활총화 하잖아요. 그리고 일반 직장인들 같은 경우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아비판하면서 생활총화 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때 이 노래를 모든 행사 때마다 그러니까 그 사이즈와 상관없이 모든 행사 때마다 먼저 우리가 교회 나가서 예배드리기 전에 찬양하는 것처럼 제일 먼저 앞에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 이런 노래들 다 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북한에서 다 부르던 노래, 잘 알려진 노래 이런 뜻이라는 거죠. 

▶ 김수형 SBS 기자: 

그렇습니다. 한옥정 씨 같은 경우는 선전대 단원을 하셨기 때문에 이런 노래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부르셨던 것 같아요. 옛날 생각난다고 하면서 굉장히 치가 떨린다, 이런 말씀을 중간에 하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죽을 때까지 이런 노래를 불렀어야 됐다, 북한에서,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정말 치가 떨리는 노래였겠어요. 그런데 이런 노래방 기계 어디서 구하는 걸까요?

▶ 김수형 SBS 기자: 

일단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우리가 여러 가지 연구를 해봤는데요. 가장 손쉽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에 몇 가지 키워드. 중국이라는 단어와 다른 노래방 이런 키워드를 조합하면 중국품을 판매한다 라는 그런 상인들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와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저희가 접촉을 해봤더니 북한 노래가 들어가 있다, 한국 노래 중국노래 북한 노래 다 들어가 있고 AS나 노래 업데이트도 내가 다 해준다,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일단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런 북한노래가 들어가 있는 노래방 기계를 택배로도 받아볼 수 있다, 이런 말인가요?

▶ 김수형 SBS 기자: 

제가 모두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이게 택배를 통해서 노래방 제작기기 업체의 중국법인이 있습니다. 중국법인에 직접 접촉해서 노래방 기계를 보내달라고 하면 간단하게 택배로 싸서 보내줍니다. 저희가 직접 받아봤거든요. 그래서 기기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Made in China, Made in Korea 두 가지 버전이 다 있는데 직접 받아보니까 기계가 원산지는 그렇게 표시돼 있지만 모두 두 기기에 번호까지 똑같은 북한노래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반인들도 손쉽게 이런 노래방 기계를 주문할 수 있겠네요?

▶ 김수형 SBS 기자: 

그렇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택배 주문도 가능하고요. 국내에서 중고품도 가능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어떻게 북한노래가 이 노래방 기계에 들어가게 된 걸까요?

▶ 김수형 SBS 기자: 

이 부분이 굉장히 의문입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는 국가보안법도 있고요. 이 음원들에 대해서 관리가 된 건지 허가를 받고 들어간 건지 여러 가지 의문스러운 점들이 있는데 일단 노래방 제작 업체에 접촉을 해봤더니 자신들은 절대로 이 노래를 노래방 기계에 넣은 것이 아니다.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 라고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면 이거 도대체 어디에서 넣은 것이냐, 라고 물어봤더니 이것은 중국법인에서 거기는 아무래도 북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보니까 북한노래를 넣어서 제작을 했는데 그것이 아마 역수입이 돼서 

▷ 한수진/사회자: 

국내로 들어오게 된 거군요?

▶ 김수형 SBS 기자: 

그렇게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라고 얘기하고 있고요.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라고 계속 해명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노래방 책에 보면 제작 업체가 나와 있는데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업체예요. 아마 다들 아실 것 같은데 여기는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다, 중국법인과 관련이 돼 있다, 이렇게 말한다는 거죠?

▶ 김수형 SBS 기자: 

중국법인하고 관련이 없냐?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법인에 지분 54.5%를 지금 한국에 있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노래방 제작 업체가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지분 관계가 있는데도 우리는 중국법인에 뭐라고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라고 해명하고 있는데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저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 김수형 SBS 기자: 

게다가 홈페이지에 보면 글로벌 사이트라고 해서 해외 지사 연결되는 링크들이 있거든요. 중국지사의 링크를 그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중국 업체를 통해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거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했다면서요? 

▶ 김수형 SBS 기자: 

국회 정문관에서 이 노래방 기기를 설치해 놓고 직접 노래들을 들려줬습니다, 기자들에게. 어떤 노래들이 나오는지 가사 내용이 어떤지, 직접 한 번 보여줬고요. 그리고 홍 의원이 여러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확인을 했는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노래가 자유롭게 불려지다는 것이 핵폭탄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라고 표현했고요. 일부 기업의 돈벌이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대한민국 국기를 흔들기 위해 의도된 일인지 산업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일이 다 있군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SBS 김수형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 [단독] "김일성 만세"…노래방 기계에 北 찬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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