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권 혁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민창기 2015. 9. 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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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권혁 '오늘도 맞았어'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3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투수 권혁이 넥센10회초 1사 1루에서 김하성에게 역전타를 허용하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3/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 같다. 올시즌 한화 이글스를 보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우화가 떠오른다. 누가봐도 비정상인데 한화에서는 정상처럼 자연스럽다.

지난 겨울 삼성 라이온즈에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한 권 혁은 전천후 '마당쇠'다. 시도 때도 없이 호출이 떨어진다. 승기를 굳혀야할 경기, 박빙의 순간, 심지어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기계적으로 등판했다.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70경기에 나서 104이닝 소화. 3일 현재 한화 투수 중에서 권 혁 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건 외국인 선수 미치 탈보트(126이닝)와 안영명(109⅓이닝)뿐이다. 구원 투수가 규정 이닝에 가까운 이닝을 던졌다.

3일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송은범이 2회를 채우지 못하고 무너지자 한화 불펜이 조기 가동됐다. 권 혁은 3일 히어로즈전 7회 2사후 등판했다. 6-3으로 앞서다가 박성호가 이택근에게 동점 2점을 내주자 콜이 떨어졌다.

최근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아웃 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하고 1실점한 뒤 교체됐다. 세 타자를 상대해 안타 2개, 볼넷 1개를 허용했다. 2일 KIA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1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9.26. 10경기 중 7경기에서 점수를 내줬다. 야구인들은 과도한 등판으로 구위가 떨어졌다고 말한다.

어쨌든 히어로즈전 7회 분위기를 수습한 권 혁은 8,9회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하지만 투구수가 늘어 구위가 떨어진 권 혁은 연장 10회들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연장 10회 볼넷 후 적시타를 맞고 6-7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고의 4구와 안타 2개를 추가로 내주고 강판됐다. 2⅔이닝 4실점. 투구수가 55개나 됐다.

권 혁은 철완도 아니고 사이보그도 아니다.

10패를 넘어 시즌 11패(9승15세이브4홀드). LG 트윈스의 선발 소사를 넘어 올시즌 최다패다. 평균자책점도 4.76로 올라갔다. 시즌 중반까지 중독성이 강한 한화 야구의 뒷문을 지켰던 씩씩한 권 혁이 사라졌다. 우물의 물을 퍼쓰기만 하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혹사로 정작 가장 중요한 시기에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이런 조짐이 나타났다.

권 혁은 지난해까지 최근 4년 간 50이닝 이상을 던진적이 없다. 삼성 소속이던 2009년에 80⅔이닝을 던진게 한시즌 최다 이닝이었다. 6년 전의 일이다. 권 혁이 고장난다면 김성근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야할 것 같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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