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사 벤 카슨, 美공화 대선후보 트럼프 대항마로

이영민 기자 2015. 9. 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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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풍향계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서 트럼프와 공동1위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대선 풍향계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서 트럼프와 공동1위]

/AFPBBNews=뉴스1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도날드 트럼프를 위협하는 후보가 나타났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공화당 경선에서 유일한 흑인 후보 벤 카슨이다.

카슨은 몬머스대학이 지난 27~3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공화당 성향 유권자 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23%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와 공동 1위에 올랐다.

아이오와 주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코커스(당원대회)가 가장 먼저 열려 대선 초반 판세를 읽는 풍향계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이번 조사에서 카슨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응답은 81%인 반면 '비우호적'이라는 답은 6%에 그쳤다. 카슨은 주로 복음주의자와 여성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슨은 앞서 30일 공개된 블룸버그와 아이오와주 지역신문인 디모인 레지스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23%)에 조금 뒤진 2위(18%)에 올랐다.

카슨의 상승세는 지난달 6일 클리블랜드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린 첫 공화당 경선주자 TV토론에 출연한 이후 두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TV토론회 전 진행된 몬머스대학 조사에서 카슨의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카슨은 이 TV토론회 중 '마지막 30초 연설'에서 "저는 세계 최초로 머리 붙은 샴 쌍둥이 분리수술을 한 사람입니다. 아직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의 뇌 반쪽을 분리한 유일한 사람이지요. 하지만 자유의 횃불을 들어올릴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싸움은 우리의 아이들과 그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이 끝난 직후 청중들은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미 언론은 "겸손함과 순수함이 느껴진 감동적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디트로이트 빈민가 출신인 카슨은 예일대 심리학과를 거쳐 미시간대에서 의학박사가 된 후 33세 때 존스홉킨스 병원 소아신경외과의 최연소 과장이 됐다.

1987년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 쌍둥이를 분리하는 데 성공해 이름을 알렸다. 이 수술로 그는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8년에는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다. 2009년 그의 삶을 다룬 영화 '타고난 재능: 벤 카슨 스토리(Gifted Hands)'가 제작되기도 했다.

카슨은 지난 2012년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설문조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빌리 그레이엄 목사,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와 함께 공동 6위에 오르기도 했다.

CNN "벤 카슨, 실질적인 공화당 대선 후보"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일 카슨을 "실질적인 공화당 대선 후보"라고 지목하면서 그가 무의미한 논쟁을 하지 않고, 비정치인 출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며, 서민들의 소액 기부라는 형태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CNN 방송은 "젭 부시, 릭 페리 등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들에게 막말을 던졌던 트럼프도 벤 카슨을 칭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주 사우스캘로라이나주 유세운동에서 "나는 벤 카슨을 좋아한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우리는 친구"라고 말했다.

카슨 역시 트럼프를 비난한 적이 없다. 카슨은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로지 사람들에게 나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소통하고자 할 뿐"이라고 밝혔다.

카슨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대중은 기성 정치권에 지친 상황이다. 아이오와 주 디모인 시의 현지 매체 '디모인 레지스터'가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달 30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도 공화당 지지자의 91%, 민주당 지지자의 82%가 현 정치권에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번 몬머스대 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차기 대통령은 기성 정치권 밖 경험을 한 인물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기성 정치인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와 카슨에 이어 휴랫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 출신 칼리 피오리나(10%)가 3위에 오른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공화당 후보 17명 중 상위 1~3위를 비정치인 출신들이 차지한 것이다.

카슨은 독특한 모금 행사를 통해서도 자신의 인기를 증명했다. 대부분의 후보가 외부 단체를 통해 거액을 한꺼번에 후원받는 것과 달리 카슨은 개인 기부자들의 소액 기부를 통해 후원금을 모았다.

카슨은 지난달 15일까지 1만4200달러를 모금했다. 지지자들의 직접적인 후원만으로 모은 돈이다. 후원자 중 3분의 2는 200달러 이하를 후원했다. CNN 방송은 "카슨은 관습을 탈피한 모금 형식을 통해 어느 후보도 대적할 수 없는 그의 독자적인 경제적 기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CNN 방송은 카슨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위원회 공동의장인 코디 헤페르트는 "사람들은 카슨의 인생 이야기와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업적, 성격에 열광한다"며 "그가 대중들과 같은 현실에서 성장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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