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일하며 축구하는' 라오스, 참패 보다 배움이 크다

풋볼리스트 2015. 9. 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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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화성] 한준 기자= 라오스전은 8-0 스코어가 나온 일방적인 승부였지만, 경기의 주인공은 한 팀 만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이 9년 만에 기록적인 대승을 거둔 것은, 동시에 라오스 축구사에 뼈아픈 역사로 남는다.영국에서 태어난 호주 국적의 스티븐 다비 라오스 대표팀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웃으면서 등장했다. 0-8 참패를 당한 이유가 한국과 라오스 간 개인 기량의 현격한 차이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포뮬러 원 자동차 같았다. 누가 운전하는 가는 중요치 않았다. 11명의 한국 선수들은 포뮬러 원 자동차 레이스를 보는 것처럼 뛰었다."1년 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경기에서 인상적인 선전을 보였던 라오스는 성인 대표 레벨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다비 감독은 이에 대해 "그 때와는 전혀 선수 구성이 다르다. 다른 팀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같은 경우 두 명의 선수가 승부 조작 문제로 나오지 못하게 된 상황이기도 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1년 전과 비교하면 이번 팀이 훨씬 더 강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라오스 대표팀은 이날 7명의 선수가 문전을 지키고, 3명의 선수가 그 앞에 버티고 10명 전원이 90분 내내 수비만 했다. 1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효율적 압박과 역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다비 감독은 "한국은 전 지역에서 압박이 좋고, 우리가 압박하러 나가면 쉽게 빠져 나왔다. 만약 우리가 공격적인 경기를 했다면 20골 이상을 내줬을 것"이라며 워낙 전력 차이가 커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노골적인 수비를 펴고도 내준 0-8 패배에도 다비 감독은 "선수들의 자세를 나무라고 싶은 부분은 없다. 신체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내고 열심히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라오스 선수들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라오스 선수들은 세미 프로다. 쿠웨이트와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이 선수들은 축구만 하는 선수들이 아니라 생업을 병행하는 세미 프로 선수들이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이 경기가 라오스 선수들에게는 아주 큰 배움이 됐다."다비 감독은 지난 달 31일 한국에 입국했다. 훈련 첫 날부터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훈련을 진행했다. 본래 예정된 것은 오후 훈련뿐이었다. 일정을 바꾼 이유는 한국전 준비 자체가 아니라, 워낙 훈련 시설과 잔디 상태가 좋았기 때문이다. 다비 감독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훈련해본 것은 처음"이라며 즐겁게 라오스 선수들을 이끌고 훈련했다.그는 "한국 축구의 발전 과정에 이렇게 좋은 투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라오스 축구는 물론 동남아시아 축구 전체가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며 한국과 치른 원정 경기에서 패배라는 아픔 보다 성장을 위한 배움이 더 컸다고 했다.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다비 감독이 대표팀 매니저와 스태프가 경기 준비를 위해 갖는 사전 미팅에도 참석했다고 알렸다. 통상적으로 감독이 함께하지 않는 미팅이다. 경기 운영과 월드컵 예선전 진행 전반에 대한 행정적 미팅이었다. 다비 감독은 한국의 대회 준비 방식에 대해서도 꼼꼼히 배우며 라오스 스태프와 선수단과 공유했다.축구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당장의 결과 만이 아니다. 이 결과를 향후 발전 과정에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라오스는 0-8로 졌지만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 방문의 기억은 라오스 축구에 잊고 싶은 기억이 아니라 두고 두고 되새기고 배워야 할 기억이 될 것이다. 참패를 당한 라오스의 자세에서 그들의 미래가 보였다.사진=라오스리그연맹 공식 페이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유로 FOCUS] 히딩크 없는 네덜란드, '대세' 아이슬란드 만나다[정다워의 축구다워] 이재명 시장, '진정성'과 '오해' 사이[취재파일] 정몽준 vs 플라타니, 그라운드 밖 '축구전쟁'판할은 고집불통인가? 선수와 동료의 '증언'[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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