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스카우트의 일침 "KBO리그엔 강정호 거품이 끼어있다"

김경윤 2015. 9.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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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난 8월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kt의 경기를 찾아 애국 의례에 맞춰 예의를 갖추고 있다. / shine@sportsseoul.com
[마산=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강정호(피츠버그)가 성공했다 해서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최근 KBO리그 경기장을 찾은 메이저리그(ML)의 스카우트 A씨의 말이다. A씨는 ML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A씨의 말은 다른 스카우트들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한국을 찾은 다수의 ML 스카우트들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마다 ‘미국에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달콤한 말을 아끼지 않고 있다. A씨는 어떤 의미를 담아 가감없는 평가를 내린 것일까?

◇예년과는 다른 ML 구단들의 움직임

현재 많은 ML구단들은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다수의 야수들을 살펴보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제도, 프리에이전트(FA) 등 다양한 자격으로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넥센 박병호, 두산 김현수, 롯데 손아섭 황재균이 그들이다.

올해 ML 스카우트들의 움직임은 예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류현진, 강정호가 ML진출을 노릴 때에는 해당 선수 경기에 스카우트들이 운집했다면, 올해엔 다수의 구장에 다수의 스카우트들이 퍼져있다. 그만큼 다양한 선수들이 영입 대상 명단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국내 구장을 찾는 스카우트 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피츠버그는 강정호 영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타이론 브룩스 스카우트 팀장 및 마르크 델피아노 단장 보좌역을 한국에 파견했다. 애틀랜타도 필 데일 국제 스카우트 팀장과 고든 블레이크 단장 보좌역이 3일 두산 김현수를 보기 위해 마산구장을 방문했다. ML은 선수 관찰 단계에선 지역 스카우트를 보낸다. 영입전에 뛰어들 의사가 있을 경우엔 스카우트 팀장급의 결정권자를 보낸다. 그만큼 많은 국내 선수들이 ML 구단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붕 떠 있는 KBO리그, 일본 프로야구와 닮아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ML구단들이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낮았다. 하지만 류현진, 강정호가 연달아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ML의 시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애틀랜타 필 데일 국제 스카우트 팀장은 “류현진, 강정호가 좋은 성적을 거둬 KBO리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특히 강정호의 성공으로 한국 야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ML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다수의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에이전트 사와 계약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몇몇 선수들은 올 시즌을 마치고 ML에 진출할 계획을 세워놨다. ML에서도 본인이 충분히 통할 것이라 확신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ML 구단들의 움직임과 국내 선수들의 기대수준엔 거품이 끼어있을 지 모른다는 것이다. A스카우트는 최근 분위기에 대해 “분명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라며 “현재 KBO리그는 몇 년 전 일본 프로야구의 분위기와 닮아 있다. 스즈키 이치로를 시작으로 몇몇 선수들이 ML에서 성공하자 ‘나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일본 야수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인식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A스카우트의 말처럼 일본 프로야구는 2000년 대 이후 수 많은 야수들이 ML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니시오카 쓰요시, 나카지마 히로유키, 마쓰이 가즈오 등 일본 프로야구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다수의 야수들은 실패를 맛보며 유턴했다. 실패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공격 및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낸 선수가 있고 문화적 차이를 이겨내지 못한 선수도 있다. A스카우트는 “단순히 국내 리그에서의 개인 성적을 비교해 ‘저 선수도 저렇게 성공했는데, 나도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스카우트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해서 자만하면 안된다. 좀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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