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Up? MLB] 야구의 세계화? 메이저리그는 관심없다

장강훈 2015. 9.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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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메이저리그가 야구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출범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12에 대해서는 인색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메이저리그는 항상 ‘야구의 세계화’를 부르짖는다. 일본에서 빅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선수들이 일본프로야구 선수들과 미·일 올스타전을 치르는 것이나 미국이 아닌 호주나 일본 등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06년 초대 대회 이후 2013년 3회 대회까지 치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야구 세계화의 일환이라는 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주장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적어도 야구계 관점에서 보면 어느새 미국의 새로운 주로 편입된 듯 하고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푸에르트리코 등 중남미 국가들도 메이저리그를 풍성하게 하는 젖줄이 된지 오래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대만 뿐만 아니라 폴란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도 손길을 뻗어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누구나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운다. 이것도 야구의 세계화라는 명분이 내포돼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오는 11월 일본과 대만에서 열릴 ‘프리미엄 12’에 추신수나 강정호 등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최근 공식 SNS를 통해 ‘프리미엄 12는 30개구단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는 선수들은 참여할 수 없다. 40인 로스터에 빠진 선수들은 구단의 동의 아래 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무국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발언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공식계정을 통해 나온 얘기인만큼 ‘오피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는 7일께 기술위원회 소집을 앞두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일본야구기구에 국내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 가능여부를 타진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3일까지 양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지는 못했다. KBO 관계자는 “일본은 프리미엄 12에 최상의 전력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라, 큰 문제 없을 듯 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그렇지 않은 듯 하다”고 전했다.
[스포츠서울] 메이저리그는 자국 리그가 더욱 화려해지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이 전략에 수많은 라틴계 야구선수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스포츠서울 DB)
따지고 보면, 메이저리그는 항상 국제대회에 인색해 왔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될 때에도, 메이저리그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올림픽 기간 중 리그를 중단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자세를 유지했다. 하긴 경기 도중 관중이 실족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경기를 중단하지 않을 정도이니, 올림픽 기간 중 리그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말일 수도 있겠다. 야구 세계화에는 관심없어 보이지만, 선수 보호에 관한 한 철저하다. 지난 4월 29일(한국시간) 볼티모어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오리올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볼티모어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경기를 취소했다. 다음날 예정된 경기는 평소보다 5시간 늦춰 플레이볼을 선언했고, 관중들의 입장을 차단했다. 만에 하나 있을 소요사태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빅리그 사무국의 조치로,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가 치러진 것이다.

지난 2002년 인디애나주립대 출판부가 출간한 책 ‘야구의 세계화와 알렉시스 키로스의 비극’에는 메이저리그가 야구의 세계화라는 명분 하에 얼마나 많은 라틴계 선수들을 착취하고 고문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책의 공동 저자인 아르투로 마이카르는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라틴 아메리카 야구의 실태를 알렸다. 하지만 선수 노조는 “우리는 마이너리거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모두가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코딱지만한 방에서 9명이 뒤엉켜 생활하는 숙소에, 하루 두끼 식사만으로 12시간 이상 야구하는 기계로 길러지다, 부상하면 이렇다 할 치료없이 방치되다 사라지는 삶을 살아간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도미니카 공화국이 몇몇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공식적인 착취가 어려워졌다. 이 때를 기점으로 빅리그 스카우트들은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로 눈을 돌렸다. 그러면서 다른 국적을 가진 수 많은 빅리거들이 자신의 조국을 위해 경기에 나설 의무와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스포츠서울] 강정호를 포함한 다른국적을 가진 수많은 빅리거는 자신의 국가를 위해 경기에 나설 권리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이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어쩌면 메이저리그는 야구의 세계화에 전혀 관심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메이저리그가 더 화려해질 수 있도록, 전 세계 야구 톱 유망주들을 쓸어 모아 선수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지금도 고교야구가 열리는 국내 구장에는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진을 치고 있다. 국가대항전이나 올림픽 정식 종목 재진입 따윈 자신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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