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빨리 끝났으면.." 김성근의 깊어진 한숨

서민교 입력 2015. 9. 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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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서민교 기자] “내가 말을 안 하는 게 더 낫지….”

지난 3일 경기를 앞둔 대전구장 감독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한숨이 깊었다. 돌아온 야구 판에 대한 실망스러운 감정도 교차하는 듯했다.

한화는 올 시즌 내내 이슈를 몰고 다니는 팀이다. 끝까지 포기를 모르는 경기력에 중독되고 경기 도중 벌어지는 온갖 사건이 뜨거운 화제로 떠올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최근만 해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의 갑작스러운 1군 엔트리 제외로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지난 2일 청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더그아웃 내 CCTV 모니터 사건으로 논란이 됐다.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3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도 연장 10회 선수들간 신경전이 있었다.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양 팀 주장인 이택근(넥센)과 김태균(한화)이 경기 종료 직후 그라운드에서 만나 대화로 풀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일이었는데,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주장끼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사이 인터넷 상에서는 한 차례 후폭풍이 불었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사소한 행동 하나조차 관심의 대상이다. 올해 확 달라진 풍경이다. 그 중심에는 김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선수들을 강하게 바꿔놓은 ‘야신’ 혹은 일반성을 배제한 선수운용의 권력을 쥔 ‘혹사 감독’의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감독 평가의 잣대에 정답은 없다. 프로 감독의 평가 기준은 결국 과정보다는 결과다.

양 쪽 귀를 열고 있는 김 감독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김 감독은 이날 취재진을 향해 느닷없이 “우리 기사 쓰면 댓글이 많이 달리나”라고 물었다. 단지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씁쓸한 미소와 함께 나온 의미심장한 한 마디었다.

댓글의 특성상 찬양일색보다는 비난이나 비판의 글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화 관련 각종 포털 사이트의 댓글에는 이런 ‘악플’이 꽤 늘었다. 답답한 김 감독도 “어쩔 수 없으니까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누가 투수 기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했다. 김 감독의 질문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김 감독의 방에는 신문이 사라진지 오래다. 팬들의 반응은 물론 언론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오해는 항상 작은 것부터 생긴다. 내가 말을 안 하는 게 더 낫다. 무슨 말을 해도 내가 말한 것과 다른 의도로 나간다. 그냥 내가 속이 뒤집어지고 마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121경기를 쉼 없이 달려왔다. 지난 2007년 이후 ‘만년 꼴찌’로 전락한 한화는 8년 만에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이제 남은 경기는 23경기. 한화는 2연패를 당하며 불안한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한 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짙은 회의감에 빠진 듯 했다. 김 감독은 “이제 20경기 정도 남았는데, 시즌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너무 시끄러워서 안 되겠다”며 더 깊어진 주름살을 찡그렸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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