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FA 3인방, 입단식 목표를 기억하라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5. 9.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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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팬들에게 남긴 당찬 다짐은 단지 형식적인 겉치레였나.

한화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배영수, 권혁, 송은범을 영입하기 위해 총 87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초대어급 선수를 낚지는 못했으나 1년 전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인 정근우와 이용규를 보강한데 이어 이번에는 투수 물량전을 통해 팀에 부족한 점을 확실하게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시즌 배영수는 4승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35, 송은범은 2승9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8.23, 권혁은 9승11패 15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 세 선수의 도합 성적은 15승27패 6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6.10에 그쳐있다. 두산이 84억원을 투자해 영입한 장원준(12승9패 평균자책점 3.53), 삼성이 80억원을 들여 잔류시킨 윤성환(14승7패 평균자책점 3.44)의 성적을 감안하면 한화가 얼마나 비효율적인 지출을 했는지 드러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김성근 감독은 입단식 당시 "우선 식구가 3명이나 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다. 3명 모두 우승 경험이 있어서 다음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보직을 뚜렷하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배영수와 송은범의 경우 선발로 뛰게 된다면 최소 두 자릿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는 언급과 함께 한화의 투수 로테이션이 여유로워지고, 팀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

전성기가 이미 훌쩍 지난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새로운 동기 부여와 함께 김성근 감독이 이들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진 팬들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우승 DNA를 이식하기는커녕 팀의 발목을 붙잡거나 계륵과도 같은 신세가 됐으며, 최근 김성근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을 없애도록 할 계획이다는 입장까지 드러낸 상황이다.

FA 3인방이 입단식 당시 밝힌 당당한 포부를 떠올리면 가슴이 더욱 쓰리다. 배영수는 "선발로 뛰게 된다면 당연히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는 것이다"며 김성근 감독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송은범 역시 "보직이 결정된 것은 없다. SK 시절에도 감독님께서 멀티 요원으로 많이 쓰셨다. 때문에 목표치를 수치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다만 10번 등판했을 때 9번은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배영수의 두 자릿수 승리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나 다름없으며, 10승을 따낼 경우 밝히겠다던 등번호 37번의 비밀 역시 올해는 들어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은범은 10번의 등판 가운데 1번의 만족감을 주는 수준. 목표와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나마 권혁은 본인의 다짐을 실천으로 옮긴 케이스다. 그는 "보직이 불펜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하고 싶은 바람이다. 또한 최근 2년 동안은 벤치에 있던 기간이 많았기 때문에 어깨가 싱싱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실제 70경기에서 104이닝을 소화, 불펜 투수 중 최다 경기 2위-최다 이닝 1위에 올라있다. 최근 강행군의 여파가 드러나면서 고개를 숙이는 일이 부쩍 많아졌지만 시즌 중반까지 한화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낸 공은 누구보다도 컸다.

입단식 소감을 자신감 없이 밝힐 선수는 아무도 없다. 또한 결과가 절망적이었을 뿐 스프링캠프부터 그 어느 때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약속을 과정에서만큼은 세 선수가 충분히 지켜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지난 날의 소감들을 들춰내는 것이 상당히 잔인한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조롱하고 싶은 뜻은 추호도 없다. 단지 팀 내 고액연봉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진 선수들이기 때문에 남은 일정만큼은 이대로 주저앉기보다 다시 한 번 팬들에게 남긴 다짐을 되돌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당장은 큰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현재로서는 다시 일어설 계기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도 계약 기간은 2~3년이 더 남아있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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